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도입 병행 필요
주식 양도세만 폐지하면 지주회사 할인율 더욱 높아질 것
주식 양도소득세의 전면 폐지가 과세 형평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므로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도입 논의가 동반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2일 ‘대통령 당선인의 주식양도소득세 폐지 공약 점검’ 보고서를 통해 “주식 양도소득세의 전면 폐지가 현실화되면 지배주주의 승계 방정식은 ‘일감 몰아주기→주식 매도를 통한 현금화’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증여세율로 인한 것이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율은 최고 65%인데 비해 소득세율은 최고 42%, 주식 양도소득세율은 25%로 세목 간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지배주주의 경우 배당은 소극적으로 하면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상속 대상 회사에서 자신이 지분을 독점적으로 가진 회사로 부를 이전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된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성장시킨 회사의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물려주는 것이 가장 유리한 승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주식 양도소득세의 전면 폐지가 현실화된다면 이같은 유인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이슈가 현대엔지니어링과 CJ올리브영의 상장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액션을 바꿀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두 회사가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여부를 지켜보면서 상장 자체를 미룰 수도 있다는 게 최 연구원의 관측이다.
최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는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러한 이해관계의 다름에서 파생된 결과”라며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없이 주식 양도세만 폐지한다면 배당정책은 더욱 소극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제도가 없어 배당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면 종합소득에 합산돼 40% 이상의 세율로 과세된다. 주식양도세와 비교하면 세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배당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의 제도 개편이라면 주식양도세 폐지 과정에서 배당에 대한 분리과세 논의가 동반돼야 한다”며 “만약 주식 양도세만 폐지된다면 주요 지주회사의 할인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