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폴 '죽은 땅의 잿더미'...헤르손 식량·의약품 거의 바닥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항복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낸 러시아의 요구를 거부한 지 하루만인 22일(현지시간) 포위된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이탈리아 상·하원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화상 연설에서 "침공 27일째인 현재 마리우폴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폐허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가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평화를 추구하도록 더 많은 제재가 필요하다"며 이탈리아 내 러시아 관련 자산 동결과 교류 중단을 요청했다.

젤렌스키는 푸틴의 다음 목표물은 유럽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역을 대혼란에 빠뜨린 나치 독일의 만행을 언급하며 "러시아군도 우크라이나라는 문을 통과해 유럽으로 향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 후 의원들에게 러시아의 대학살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유럽에 더 가까이 다가설 길을 열었으면 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지지를 공식화했다. 드라기 총리는 전쟁 후 지금까지 이탈리아 내 8억 유로(약 1조737억 원) 상당의 러시아 측 자산을 동결했다면서 강력한 제재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마리우폴 시의회는 "점령군은 마리우폴시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죽은 땅의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마리우폴 시민 10만여 명이 탈출을 원하지만 안전한 대피로가 부족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러시아에 인도주의 통로 개방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러시아에 점령된 또 다른 도시 헤르손의 상황도 전했다. 외무부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식량과 의약품이 거의 다 떨어졌는데도 러시아는 민간인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여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며 "헤르손의 30만 시민이 인도주의적 재앙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가 헤르손에서 인도주의 물자가 민간인들에게 가는 것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해안을 봉쇄하기 위해 동남부 마리우폴뿐만 아니라 헤르손 등 주변 도시들에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헤르손은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러시아 병력이 첫 번째로 장악한 대규모 도시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