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한국·우크라·미국·영국·일본·27개 EU회원국 등 비우호국가로 지정
유럽, 전체 소비의 40%를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
푸틴, "가스 공급은 계약 조건에 따라 차질없이 하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로이터>
푸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발표하고, 일주일 내로 가스 수입업자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루블화를 구매하는 절차를 마련하도록 정부와 중앙은행에 지시했다. 또 국영 가스 수출 업체인 가스프롬에도 공급 계약을 루블화로 전환하라고 했다.
그는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대러 제재 조치로) 달러화와 유로화로 채무 이행이 불가능함을 알게 됐다"면서 "비우호적 국가들과의 대금 결제를 러시아 루블화로 전환하는 종합적 조치를 이행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푸틴은 체결된 계약에 따라 정해진 양과 가격에 맞춰 천연가스 공급을 차질없이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연간 소비되는 가스량의 40%인 약 1천550억㎥가 러시아산 가스이며, 현재 하루에 2억~8억 유로(1조70억 원)에 달하는 가스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그간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 대금결제를 주로 유로화로 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즈프롬에 따르면 지난 1월 유럽 및 기타 국가에 대한 천연가스 매출의 58%가 유로화로, 39%는 미국 달러로 결제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EU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제재를 단행하면서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 대금 등을 달러화나 유로화로 받는 것이 어려워졌다.
주요 은행이 러시아 자산 거래를 꺼리는 상황에서 이날 푸틴의 발표로 미국과 유럽은 향후 가스 비용을 어떻게 지불할지 혼란에 빠졌다. 27개국 EU 집행위원회는 논평 요청에 즉시 응하지 않았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8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우크라이나·미국·영국·일본·27개 EU회원국·호주·대만·캐나다 등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하고, 이들 국가에 대한 채무를 루블화로 상환하겠다는 방침 등을 밝힌 바 있다. 해당 국가의 회사나 개인 간 거래는 러시아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로이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