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덕수인가? 尹, "민관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 정치권 반응은?

尹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분"

이준석 "한덕수 총리 지명을 환영" 김종인 "잘 골랐다"

박홍근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태스크포스(TF)팀 구성할 것"

이수진 "국정운영 철학·능력·자질을 국민 눈높이에서 철저히 검증할 것"

정의당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 경력이 아닌 포스트 코로나·기후위기·디지털 전환 등 해결 능력"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엔 진보 정부서 요직을 두루 거친 경력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당장 청문회 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서 170석이 넘는 거대 여당의 공세를 견뎌낼 적임자라는 것이다. 한 후보자는 호남 출신으로 윤 당선인이 내세운 통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한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약 15년 만에 다시 총리로 귀환하게 됐다. 그는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에 올랐던 인물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해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며 경제, 통상, 외교 분야에서 풍부한 경륜을 쌓은 분"이라며 "한 후보자는 민관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각을 총괄하고 조정하면서 국정과제를 수행해나갈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대내외적 엄중한 환경 속에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기틀을 닦아야 하고, 경제와 안보가 하나가 된 '경제안보 시대'를 철저히 대비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책임총리제'에 대한 의지도 전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면서도 "정부라는 것은 대통령과 총리와 장관, 차관 같은 주요 공직자가 함께 일하고 책임지는 구조"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호남인 전북 전주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뒤 미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0년 행정고시(8회)를 거쳐 공직에 입문한 이래 각종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특히 통상 분야에 전문성을 발휘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산업정책국장을 역임했고 김영삼정부에서 청와대 통상산업비서관과 특허청장, 통상산업부 차관을 지냈다. 김대중정부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근무했다. 노무현정부에서는 국무조정실장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대책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국무총리에 올랐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는 각각 주미대사와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윤 당선인의 후보 지명 직후 단상에 올라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대내외적으로 경제와 지정학적 여건이 매우 엄중한 때라 매우 무겁고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모시고 실현될 수 있는 정책들을 만드는데 노력하겠다"며 "행정부, 입법부, 국민과 함께 성공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자는 국가의 중장기적 운영을 위해 꼭 해야 하는 네 가지 과제로 ▲ 국익외교를 통한 국방의 자강 ▲ 재정건전성 확보 ▲ 국제수지 흑자 유지 ▲ 높은 생산력 유지 등을 제시했다.
  한 후보자는 향후 있을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해선 "최선을 다하겠고 진정성 있게 청문에 대응할 것"이라며 "진정성 있게 최선의 노력을 한 후 하나의 결과로서 받아들일 것"이라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책임총리제와 관련해서는 "윤 당선인이 말했듯 청와대를 향한 과도한 권한 집중을 조금 더 내각과 장관 쪽으로 옮겨 자기가 추진하는 과제에 대해 상당 부분 대통령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추진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행정부 전체의 운영에 효율적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전했다.

◆ 이준석 "한덕수 총리 지명 환영한다" 김종인 "흠잡을 데 없는 사람"

인수위 측에서는 한 후보자가 현 '여소야대' 청문회 정국을 돌파할 묘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인수위 한 관계자는 "한 후보자는 외교, 통상분야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라며 "이미 과거에 총리를 지내 검증을 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공세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자가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국무총리 등 주요 요직을 거친 원로인 만큼 여소야대 청문정국에서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한 후보자가 72세로 고령인 데다 정무 능력도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총리를 지낸 지 14년이 지났고, 정치인이 아닌 관료 출신이기에 정무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인사청문회 때 불거졌던 재산형성 의혹 등도 재차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비수도권 의원은 "총리는 행정 능력 외에 정무적인 감각도 있어야 하는데 나이가 많은 한 전 총리가 그런 감각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연세는 경륜으로 본다.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또 "외교, 통상, 통합 이런 걸 관통하고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한 후보자"라고 치켜세웠다.
  윤 당선인의 한 후보자 지명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한덕수 총리 지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방점이 경제와 민생,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제고 등에 찍혀있음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훌륭한 인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의 한 후보자 지명에 대해 "잘 골랐다.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 후보자에 대해 "정통 관료로 시작해 경제에 대해 공부도 많이 한 분"이라며 "과거 정부에서 오랫동안 총리와 부총리를 지내면서 큰 실수 없이 무난하게 잘 해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 후보자는 경제통에 외교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거론된 총리 후보군 중에 가장 좋은 인사"라며 "윤 당선인 측도 인사청문회를 준비해야 하니 흠 없는 사람을 내세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후보자는 정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 분"이라며 "정부 운영 경험이 없는 윤 당선인을 도와 국정 운영을 잘 보완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올해 73세인 한 후보자가 총리 직을 맡기에 너무 고령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지적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젊은 세대 가운데 총리 후보군으로 특별하게 나타난 사람이 없지 않느냐"며 "정치인 중에서도 제대로 총리 역할을 할 만한 인물이 없으니 (윤 당선인이) 관료 출신 중에서 후보자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관측했다.

◆ 민주당 "면밀하고 엄정하게... 철저히 검증하겠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현미경 검증'을 통해 향후 전개될 인사청문 정국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새 정부 국무총리에 내정된 한 후보자에 대해 "같이 일해 본 적이 없어 잘 모른다"며 "팔이 안으로만 굽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면밀하고 엄정하게 검증하는 것이 맞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무총리부터 장관에 이르기까지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실력이나 전문성, 도덕성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높아졌다. 그것을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는 것"이라며 "고향이 어디냐, 어느 정부에서 일했느냐 등은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다. 시대에 적합한 리더십과 역량을 가지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고 자질이 충분하다면 길게 끌 문제가 아니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거나 없는 일을 만들어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짜려고 한다"며 "우리의 원칙과 기조 등을 정해 검증 작업에 임하고, 인사청문 위원을 누구로 구성할지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도 "내부에 정부조직법과 관련해 검토하고 의견을 나누는 TF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미리 새 정부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입장을 전달할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윤 당선인의 한 후보자 지명 후 브리핑을 통해 "국정운영 철학과 능력, 자질을 국민 눈높이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강도 높은 인사청문회 진행을 시사했다.

이 대변인은 "한덕수 지명자가 총리직을 수행했던 15년 전과 달리 대한민국은 기후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신냉전 국제질서, 청년 불평등 문제 등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며 "과거의 전문성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오섭 비대위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정부에서 일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라고 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세심하게 따져서 국민께 보고드릴 것"이라고 했다.

◆ 정의당 "저축은행 사태 책임 문제·론스타 사건 연루 의혹 문제 따져볼 것"

정의당 또한 한 후보자에 대한 날선 검증을 예고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과거 공직 경력을 보면 무난하고 안정적인 인사라 할 수 있겠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 경력이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등 시대적 과제에 대한 미래 비전과 해결 능력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한 후보자를 향해 "코로나 손실보상과 방역체계 개편, 외교 안보 등 현안 대책뿐만 아니라 불평등과 기후 위기, 차별 해소 방안을 국정과제에 반영하고 인사청문회에서 구체적인 입장과 계획을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또 "여성가족부 폐지, 탈원전 정책 폐기, 중대재해처벌법 후퇴 등 퇴행적 정책으로 사회적 갈등과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확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분명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한 후보자에게 제기되고 있는 저축은행 사태 책임 문제, 론스타 사건 연루 의혹 문제는 윤석열 당선자가 중시하는 법치, 공정, 상식의 기준에 어긋나지는 않는지 따져보고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치고, 전체 국회 심의 절차는 20일 이내에 마치도록 규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