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용 등 대주주 일가 CB 전환 수익 150억원 추정
지엠티 인수과정서 대주주 일가 지분 10% 늘려
◆…티와이엠이 생산하는 콤바인. 자료=티와이엠 웹사이트 캡처
농기계업체 티와이엠(TYM)은 대주주 일가 소유인 농기계 부품업체 지엠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일가만을 위한 전환사채(CB) 발행과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티와이엠은 먼저 부품업체 지엠티 지분을 취득할 목적으로 CB를 발행하기로 의결하고 CB 전량을 대주주 김희용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인수하도록 했다. 이 회사는 또 같은 목적으로 이들 대주주 일가에게 제3자 배정 유상증자 100억원을 실시해 대주주와 그 자녀들이 추가로 지분을 확보할 길을 터줬다.
이 시기(2019년 12월) 티와이엠 주가는 최근 3년 내 가장 저점대의 주가(1000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대주주 김희용과 그 일가족은 이로써 낮은 전환가격(838원)과 유상증자 발행가(942원) 이점을 활용해 회사의 지분을 늘려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대주주 자녀인 김식, 김태식, 김소원은 경영권을 승계할 때 상속 부담을 덜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게 됐다.
대주주 일가족은 소유기업 지엠티를 티와이엠에 처분하면서 314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면서 한편 티와이엠 지분을 24.96%에서 35.44%로 10.48% 포인트 늘리는 데 성공했다. 대주주 일가 소유의 부품회사를 세운지 10여년 만에 대주주 지분을 10% 이상 늘리고 여분의 현금까지 챙길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대주주 김희용의 자녀 지분까지 늘릴 수 있게 돼 상속세 부담도 줄이는 ‘세테크’도 이뤄진 셈이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이 2019년 12월 24일부터 12월 30일 1주일 남짓 사이에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이에 앞선 11월 1일에는 국제종합기계 인수용 유상증자 350억원이 이루어지며 티와이엠 주가는 최근 3년 내 저점 대인 10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티와이엠 주가가 떨어진 시점에 전환사채와 3자 배정 유상증자가 이루어진 셈이다. 이로 인해 낮아진 전환가격(838원)과 주당 발행가(942원)로 지분 확대와 평가차익(또는 시세차익)을 동시에 누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티와이엠과 지엠티 대주주인 김희용 등은 2019년 12월 24일 티와이엠이 발행한 전환사채 75억원을 전량 인수했고, 이은 27일에는 티와이엠의 3자 배정 유상증자 100억원 전량을 배정 받았다.
티와이엠은 전환사채 및 유상증자 발행 공고에서 타법인 취득 자금이라고 밝히고 있다. 며칠 후인 12월 30일에는 김희용 등 특수관계자가 지분 95%를 보유하고 있는 지엠티를 티와이엠이 330억원에 인수했다. ‘타법인 취득 자금’이란 게 특수관계법인 지엠티 인수자금이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이유다. 티와이엠 지분도 늘리고 지엠티 매각 자금도 챙기는 ‘일석이조’였던 셈이다.
티와이엠의 김희용 지분은 15.0%에서 2019년 11월 4일 12.75%로 떨어졌다. 이는 국제종합기계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주주배정’ 350억원 유상증자 직후 김희용의 지분이 감소한 만큼 아들 김태식의 지분이 2.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 2019년 12월 ‘3자 배정’ 유상증자 100억원을 김희용 등 특수관계자가 전량 배정 받으면서 김희용 지분은 다시 16.26%로 늘어났다.
상법에서 3자 배정 유상증자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상법 제418조 ②항에서 “회사는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한다”고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3자 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이사회 결의 후 청약 전까지 주주들에게 알리도록 해 다른 주주들이 ‘신규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주가 급등락 가능성’을 사전 예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2019년 12월 티와이엠이 발행하고 김희용 등 특수관계자가 전량 인수한 65회차 CB 75억원도 발행 1년 후인 2020년 12월 28일 전액 전환되었다. 전환 주식수는 894만9880주다. 이로 인해 2020년 말 김희용의 티와이엠 지분이 18.83%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환가는 838원이었다. 2020년 12월 28일 전환 당시 TYM(002900) 종가는 전일보다 40원 내린 1475원에 마감했다. 전환 당시 단순 시세 평가 차익(1475원-838원)은 57억원이다. 지난 20일 티와이엠 종가는 75원(2.9%) 내린 2510원에 마쳤다. 보유하고 있다면 150억원의 평가차익(2510-838원)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주주 지분을 늘리거나 평가 차익(매각했으면 매각 차익)도 누리는 ‘꿩 먹고 알 먹는’식의 전환사채 인수 및 전환인 셈이다.
이와 관련 조세일보는 3자 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의 대주주 전량 인수는 대주주 일가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특혜로 보여지며 사실과 다르다면 그 사유를 설명해 달라는 서면질의를 보냈으나 티와이엠은 답변을 회피했다.
한 투자 전문가는 “상법상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엄격히 제한하는데도 불구하고 타법인 인수자금 조달이란 명목으로 오너 일가에게 3자 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를 인수하게 해 지분을 늘린 것도 문제지만, 그 자금으로 인수한 타법인도 오너 일가가 보유한 기업(지엠티)이었다면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