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위기' 근로연령층 포괄해 지원하려면…
"근로장려금 분기로 지급, 재산요건도 확대해야"
KDI 포커스, ‘코로나19 이후 소득보장체계 구축방향’
◆…KDI는 21일 발간한 KDI 포커스 '코로나19 이후의 소득보장체계 구축방향'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근로연령층을 포괄해서 지원하려면 실업부조와 근로장려금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라는 대형악재로 기존의 소득지원책이 피해계층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일을 하고 있어도 가난한 '근로빈곤층'이 갑작스러운 경제적 위기를 벗어나게끔 하는 소득보장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포괄적인 사회안전망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발간한 KDI 포커스 '코로나19 이후의 소득보장체계 구축방향'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로 현 사회안전망의 포괄성 및 위기 대응성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며 "새로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사회안전망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령층 소득보장체계의 경우 고용·소득 충격에 대한 반응성이 강화될 필요가 있는데,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근로연령층을 포괄해서 지원하려면 실업부조와 근로장려금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KDI에 따르면, 고령 빈곤가구가 기초연금을 단독 또는 다른 제도들과 함께 수급한 비중은 76.6%에 달한다. 네 개(기초생활보장제도, 근로·자녀장려금, 기초연금, 공적연금)의 주요 소득지원제도를 모두 수급하지 않는 사각지대 비중은 2.9%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영욱 KDI 연구위원은 "수급대상이 넓은 기초연금으로 인해 고령 빈곤가구 대상 소득지원의 포괄성은 높게 평가된다"고 밝혔다.
반면 근로연령 빈곤가구가 근로·자녀장려금을 수급하는 비중은 43.78%로, 고령층 대상 소득지원책과 비교했을 때 소득지원의 포괄성은 낮다. 근로연령 빈곤가구에서 앞서 언급한 네 개의 소득지원제도 중 아무것도 수급하지 않은 비중은 29.86%로, 격차가 컸다.
현재의 소득보장 체계로 빈곤을 가늠하는 지표는 어느 정도 떨어졌을까. 고령 빈곤가구에선 공적연금을 단독으로 수급했을 때 소득지원 후 빈곤갭률은 5.5%로, 빈곤 정도가 낮았다. 반면, 기초연금을 단독으로 받았다면 빈곤갭률은 40.5%에 이른다. 빈곤갭은 중위소득 50%로 정의된 빈곤선에서 해당 가구의 소득이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빈곤갭률은 빈곤선 대비 빈곤갭의 비율을 나타낸다. 빈곤랩률이 클수록 빈곤을 탈출하기 위해 더 많은 소득지원액이 요구된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근로연령 빈곤가구에선 근로·자녀장려금 수급 비중이 높은데, KDI는 이들 가구가 근로·사업소득이 있기에 소득지원 이후의 빈곤 전도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KDI 포커스 '코로나19 이후의 소득보장체계 구축방향'에서 발췌)
근로연령층이 대상인 소득지원제도는 경기대응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을까. KDI의 분서결과, 지역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할 때 가구의 실업급여 수급 확률이 0.75%포인트 증가했다. 그런데 고용보험 가입 이력이 없는 가구주의 가구에선 이러한 경기대응성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전체 취업자 중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안은 비중이 49%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평가결과는 기존 사회안전망이 근로연령층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응하는 기능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소득보장체계 내에 제도 간 연계도 정책목표(빈곤 감소)를 어그러트릴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근로장려금과 국민취업지원제도다. 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 구직자를 대상으로 6개월간 월 50만원씩 구직촉진수당을 지급(취업지원서비스 제공도 포함)하는 제도다. 근로장려금과 국민취업지원데도 연계 시 근로 유인은 양호하나, 근로소득이 낮은 구간에서의 소득보장성이 낮게 관찰된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근로연령층 대상 소득지원체계의 경기대응성을 높이기 위해선 실업부조와 근로장려금의 강화게 필요하다고 봤다. 우선 구직촉진수당(6개월간 월 50만원)은 미성년 자녀를 둔 구직자에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미성년자 자녀를 둔 구직자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과 제한된 횟수 내에서 수급기간을 연장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고용서비스 강화를 통해 적극적인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극적 복지와의 차별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근로장려금의 지급주기를 줄여야한다는 목소리다. 영국의 통합급여는 근로장려금과 유사하게 근로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을 포함하는데, 월 단위로 지급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근로장려금의 경우 전년도 또는 이전 반기의 소득을 기준으로 연 1~2회 지급되기에, 갑작스러운 경제적 위기에 대응한 지원으로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월 단위로 소득정보 파악 주지를 단축하는 체계 마련이 추진되는 만큼, 근로장려금 지급 주기를 최소 분기 이하로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장려금의 지급 잣대인 재산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고도 했다. 근로장려금을 받기 위한 재산 기준은 2억원 이하(1억4000만원 초과시 50%만 지급)로 설정되어 있다. 이때 부채를 고려되지 않는다. 이 연구위원은 "재산 기준은 부채를 고려하지 않은 총재산 기준이기에 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재산을 과대 평가해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근로빈곤층을 포골하는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