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故 한승헌 전 감사원장 추모 "50년 가까이 특별한 인연"

한승헌 전 감사원장 별세에 빈소 직접 조문하고, SNS에 추모 글 남겨

文대통령,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된 첫날 새 내의 한 벌 보내준 고인 소회하기도

'노무현 변호사 당시 공동변호인, 노 대통령 탄핵 재판 공동대리인 활동도 언급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고(故) 한승헌 전 감사원장(변호사) 별세에 "저를 아껴주셨던 또 한 분의 어른을 떠나보내며 저도 꽤 나이를 먹었음을 실감합니다"라고 소회했다.

문 대통령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손꼽아보니 한 변호사님과의 특별한 인연이 5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라며 이같이 적었다.

문 대통령은 고인에 대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중요한 직책들을 맡으셨지만, 이날 영원한 변호사였고, 인권 변호사의 상징이었으며, 후배 변호사들의 사표였습니다"라고 존경의 뜻을 전했다.

이어 "한 변호사님과 인연은 제가 변호사가 되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갑니다"라면서 "대학 4학년 때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되어 서대문 구치소에서 감방을 배정받았던 첫날, 한순간 낯선 세계로 굴러떨어진 캄캄절벽 같았던 순간, 옆 감방에서 교도관을 통해 새 내의 한 벌을 보내주신 분이 계셨는데 바로 한 변호사님이었습니다"라고 기억했다.

또한 "'어떤 조사(弔辭)’라는 글로 반공법 위반으로 잡혀와 계셨을 땐데, 그렇게 저와 감방 동기가 된 것입니다"라며 "가족과 오랫동안 면회를 못해 갈아입을 내의가 무척 아쉬울 때였는데, 모르는 대학생의 그런 사정을 짐작하고 마음을 써주신 것이 그때 너무나 고마웠고, 제게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꽤 많은 세월이 흘러 제가 변호사가 된 후까지도 엄혹한 시절이 계속되어 저도 인권 변호 활동을 하게 되었고, ‘노무현 변호사’가 대우조선사건으로 구속되었을 때 저와 한 변호사님은 공동 변호인이 되었습니다"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재판을 받을 때는 공동대리인이 되어, 한 변호사님은 변론을 총괄하고 저는 대리인단의 간사 역할을 했으니, 인생은 참으로 드라마틱하기도 합니다"라고 고인과의 인연을 되새겼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한승헌 변호사님의 영전에 깊은 존경과 조의를 바칩니다"라면서 "삼가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빕니다"라고 맺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후 3시께 빈소가 차려진 강남성모병원을 찾아 5분간 머무르며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고, 2017년 대선 때는 대선 캠프의 통합정부자문위원단 단장으로 활동하는 등 문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