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 러시아은행 대출과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인정 따져 물어
히잡 금지, 이슬람 이데올로기에 맞서 vs 종교적 상징 금지
마크롱, 퇴직연금 수령 62세 → 65세
TV토론 여론조사, 마크롱 후보 59%로 우세
◆…마크롱 대통령과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는 TV 토론회에 참석해 열띤 격론을 벌였다. 사진:로이터통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와 프랑스 대통령 결선 투표를 앞두고 20일(현지시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TV 토론에서 정면충돌했다. 토론회에서 르펜 대표가 서민 경제를 파탄 낸 책임을 묻자 마크롱 대통령은 친러시아 행보에 대해 맞받아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날 두 후보는 연금, 고물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민 등 여러 현안을 두고 격렬하게 설전을 이어갔다.
르펜 후보는 물가 상승으로 팍팍해진 서민 경제를 문제 삼았다. 2018년 유류 인상안과 높은 생계비로 촉발된 ‘노란조끼’시위를 언급하며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한 5년 동안 경제적으로 힘들어졌고 사회적으로 분열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일회성 보조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임금 인상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르펜의 임금 인상안에 대해 “고용주가 결정할 부분”이라며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기간의 성과를 강조한 후 르펜 후보의 친러시아 행보에 대해 반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014년 대선에서 르펜 후보가 러시아 은행(FCRB)으로부터 대출받은 사실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에 대해 비난했다. 이에 대해 르펜 후보는 “프랑스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러시아로부터 대출을 받았을 뿐”이라며 “당이 대출을 상환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러시아 야당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르펜 후보는 푸틴의 자금 세탁 조직인 제1체코-러시아 은행에서 960만 유로(약 129억원)를 대출받았다“며 ”푸틴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파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크름)반도 강제 병합을 인정한 점에 대해서도 따져 물었다. 현재 서방 국가들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르펜 후보는 2017년 프랑스 BFM TV와의 인터뷰에서 크름(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한편 두 후보는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 금지에 대해 극명한 견해 차이를 드러내며 격렬하게 격돌했다.
르펜 후보는 히잡은 이슬람주의자들이 강요하는 복장이라며 "남녀평등, 세속주의,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이슬람 이데올로기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대해 세계 최초로 공공장소에서 종교적 상징을 금지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내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유지 문제에 대해 르펜 후보는 EU 회원국은 유지하되 ‘국가들의 연합체’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대선 때 프랑스가 유럽연합(EU)을 탈퇴하고 유로화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공약에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 밖에 연금정책에 대해서 마크롱 대통령은 퇴직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5세로 늘려 연금 재정을 안정화하겠다고 강조하자 르펜 후보는 20세 전에 일을 시작하면 60세에 은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대선 TV 토론이 끝난 직후 BFM TV와 여론조사업체인 엘라브(Elabe)가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시청자들의 약 59%가 마크롱 후보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었다고 응답했다고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토론회에 대해 프랑스 언론들은 대체로 마크롱 대통령이 공세적이었던 반면, 르펜 후보는 수세적이었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르펜이 과거와 달리 공격적 발언을 자제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노력했으며 마카롱은 대조적으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대선 2차 결선 투표는 오는 24일(현지시간) 치러진다. 르펜 후보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을 예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