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이사 4인 중 가족이 3명... 나머지 1인도 31년 가신
감사는 21년간 한 자리 지켜... 소액주주 권리보호 의문
상장기업에 대해선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사회 구성을 상호견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진로발효는 이를 아예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진로발효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와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사주 장봉룡은 1992년 진로그룹 계열 분리하면서 사망한 2010년까지 회장의 직함을 가진 사내이사로 19년을 근무한 뒤 사망했다.
◆…자료:금융감독원,대법원
진로발효 이사회가 대주주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장봉룡 사망 2년 전인 2008년 아들 장진혁이 32세의 나이로 사내이사로 등기돼 현재까지 15년간 임금을 받으면서 부터이다.
2011년 장봉룡이 사망하면서 이사회가 '가족회의'처럼 되어버렸다. 장봉룡의 처 서태선은 61세인 2011년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딸 장진이 역시 34세의 나이로 함께 사내이사로 등재된 후 12년 동안 직을 유지하고 있다.
2022년 현재 진로발효의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사내이사는 창업 공신이자 가신이나 다름없는 대표이사 김종식과 장봉룡의 처 서태선, 자녀 장진혁과 장진이 등 4인으로 12년간 이러한 체제가 이어져 오고 있다.
진로발효가 1999년 이후 가족과 김종식 대표를 제외한 외부인사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은 고작 2인에 불과했다. 김영빈(2002년부터 2008년까지 6년), 생산 담당 이희우(1999년부터 2005년까지 6년) 2인이 전부이다. 그 이후로는 가족 중심의 이사회로 꾸려져왔다.
장진혁과 장진이가 사내이사에 오른 나이는 각각 32세와 34세로 일반 동네 음식점 경영에서도 보기 힘든 기형적인 가족중심 경영행태라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더욱이 진로발효가 일반 기업도 아닌 거래소에 상장돼 공개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임을 감안하면 대주주의 전횡이라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들이 이사로 선임되기 전까지 특별한 직업이나 경력이 없음에도 상장회사의 임원이 되었다. 이들에게 수많은 주주의 재산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하는 상장회사의 경영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이들 일가족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이유가 회사를 실질적으로 관리하거나 혁신적인 경영을 위해 참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주정을 제조하는 간단한 공정에다 판매는 카르텔로 저절로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내이사뿐 아니다. 회사의 임직원이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지를 감시하고 감사해야 할 감사 김동욱은 SK증권 출신으로 2003년 3월 21일 선임 이후 2024년 3월 25일까지 무려 21년간 감사로 재직 예정이다. 감사라기보다는 대주주와 오랜기간 밀착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사외이사 역시 회사의 업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사들로 채워져 왔다. 서울지방국세청장 출신 허병우는 2002년과 2003년, 대구지방국세청장 출신 성희웅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8년간을 진로발효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성희웅의 뒤를 이어 2021년 3월 26일 선임된 김기복은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과와 송파세무서장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주정 산업은 곡물을 발효시켜 알코올을 얻는 제조업으로 국세청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출해 어떤 업무를 담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사안이다. 이 회사가 국세청 출신을 사외이사로 기용한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 대주주 일가족의 이사회 완전 장악, 감사의 장기 재직, 국세청 출신의 연이은 사외이사 선임 등의 문제점에 대해 서면질의를 보내고 해명할 기회를 제공했으나 진로발효측은 답변을 회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