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가하락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계획
회사·등기임원 또는 회계법인에 책임 묻기도
최규옥 회장 등 경영진도 포함될지 관심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연합뉴스 제공
20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 거래가 28일 재개된다. 거래가 정지된 1월 3일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소액주주 2000여 명이 집단소송에 나선 가운데 법무법인들은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 거래가 재개되고 주가가 하락할 경우 투자자들의 손해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거래소는 27일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 심의 결과 오스템임플란트의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거래소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 과반수 선임과 감사위원회 설치 등 지배구조를 개선한 사실, 자금관리에 대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의 적정성을 제3의 전문기관을 통해 검증한 사실 등을 확인해 상장유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주가 하락할 듯...손해에 책임 물을 것”
소액주주의 집단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들은 거래재개 결정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주연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대로 거래가 재개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거래재개 후 상황을 살펴보고 추후 투자자 피해가 현실화할 경우 피해구제를 원하는 이들을 대리해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무법인들은 거래재개 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주연 변호사는 “주가 하락분이 상당할 경우 그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우 변호사(법무법인 대호)도 “이례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는 있지만 최근 금리가 오르고 시장 상황이 안 좋다 보니 그럴 가능성은 전무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소송이 진행되면 경제학과 교수들이 오스템임플란트의 정당한 주식 가치가 얼마인지 감정을 한다”며 “거래재개 후 주가 추이와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가를 판단하고, 법원이 이를 참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본 소송은 주가가 하락했거나 거래재개 후 하락할 것이 예상돼 발생한 손해분을 청구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주가 하락 국면에서 주식을 처분한 주주의 경우 손해가 이미 확정됐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회사가 내부회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주가 하락분만큼의 손해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영진, 회계법인에 소송 vs 회사에만 청구
법무법인 오킴스는 지난 1월 오스템임플란트 및 인덕회계법인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청구금액은 2억7300만원으로 거래정지 이전 종가 14만2700원의 50%로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해 산정됐다.
엄태섭 변호사는 “등기임원 모두 피고에 포함했다. 횡령 사건을 방조하거나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해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킴스 측은 현재 변론기일 지정을 앞둔 상태로 소송이 최소 2~3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삼덕회계법인을 상대로 2020년 감사보고서 부실기재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김주연 변호사는 “현재 감사보고서 허위·부실기재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고려하고 있다. 최규옥 회장 등 경영진을 피고에 포함할지는 추가로 검토해 확정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법무법인 대호는 경영진이나 회계법인을 피고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오스템임플란트 회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성우 변호사는 “임직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 해도 주주는 ‘간접적인 손해’만을 입기 때문에 경영진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또 오스템임플란트가 업력도 길고 매출도 나쁘지 않은 탄탄한 회사인 만큼 회계법인까지 피고에 포함하는 것은 승소 가능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변호사는 “최규옥 회장은 횡령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등기이사가 아니라 피고에 포함할 수도 없다”며 “재무팀장에 대한 1심 청구가 끝나고 판결문을 확보한 뒤 회사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스템임플란트 마곡중앙연구소 전경. 홈페이지 캡처
한편, 오스템임플란트는 전날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12억원, 매출액이 2341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100.5%, 36.5%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7일 주식거래 재개가 결정되자 오스템임플란트는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는 “기업심사위원회의 주식거래 재개 결정에 따라, 주주보호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게 됐다”며 “매출액 1조원 돌파의 올해 사업계획 실현을 가속화해 주주들께 고성장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거래 정지 직전인 작년 12월 30일 오스템임플란트의 종가는 14만2700원, 시가총액은 2조386억원이다. 소액주주는 작년 말 기준 4만2964명으로 총 발행 주식의 62.2%(888만8944주)를 보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