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아파트 오를 줄 알았으나 매도...깨끗한 '도덕성' 내세워
자택 포함한 부지 자연취락지구로 지정, 단독주택 셀프 용도 상향
‘제주판 대장동 사건’으로 불리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사업
6번 쪼개기 결제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허위 작성
교통관할 장관 후보자가 교통 법규 '상습 위반'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인사청문 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이 원 후보자의 적격성과 도덕성을 정조준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하며 이 지사에게 쏘아대던 화살이 원 후보자 자신에게 향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달 10일 원 후보자 발탁 이유에 대해 “'공정과 상식'이 회복되어야 할 부동산 정책에 이해가 높은 적임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 후보자는 지난해 7월 유튜브 채널 ‘원희룡TV’에서 “제주도지사가 되면서 서울 목동 아파트를 팔고 (제주로) 간 것은 10억원이 넘게 오를 것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공직자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깨끗한 도덕성’을 강점으로 내세웠었다.
그러나 원 후보자가 내세운 '도덕성'과 윤 당선인이 언급한 '공정과 상식'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장동 1타강사'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원 후보자가 '제주판 대장동'으로 불리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이 집중 부각되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 원 후보자 단독주택 셀프 용도 상향
강준현 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 시절 자신의 단독주택이 포함된 부지를 자연취락지구로 지정하는 계획안에 최종 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녹지지역이 취락지구로 지정되면 건폐율과 용적률이 대폭 완화돼 땅의 활용 가치가 높아진다. 실제 원 후보자의 단독주택 공시지가는 2014년 매입 당시 ㎡당 24만8600원에서 지난해 50만5600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셀프 용도 상향’에 대한 논란은 이미 2018년 제주도지사 선거 때에도 불거졌다.
앞서 2016년 7월 도시관리계획 1차 공람에는 원 후보자의 단독주택 인근 부지가 자연취락지구로 지정되지 않았으나 같은 해 10월 2차 공람때는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한편 '오등봉 근린공원 개발사업' 컨소시엄에 원 후보자의 단독주택 타운하우스를 건설한 시공사도 포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시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구매했다는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강준현 의원은 “원희룡 후보자의 직접 결재로 배우자가 소유한 땅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 새 정부 부동산 대책을 이끌어가야 할 후보자의 변명을 국민이 이해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원 후보자 측은 “해당 문서에는 원 후보자의 집을 알 수 있는 위치 등도 표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사업
천준호 민주당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참여사에 원 후보자와 일했던 제주도 공무원 일부가 퇴직 후 민간 사업자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제주 오등봉 공원 개발사업은 2019년 제주도가 20년 이상 장기 미집행 된 도시공원 개발사업에 대해 민간특례 방식을 적용, 공원 부지를 개발한 사업이다.
제주도는 2016년 경관 훼손 이유로 '개발 추진 불가’ 결정을 내렸으나 입장을 번복하고 민간특례 방식으로 개발을 재추진했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간특례사업 비공개 추진, 입찰 참여사 평가 기준 중도 변경 등으로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제주도가 오등봉공원의 민간 개발을 공식화하기 이전인 2017~2018년, 지역 중견 건설사 대표 일가와 도청 공무원이 개발부지 내 토지를 미리 매입해 도합 70억 원대 시세 차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천준호 의원은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 재직 당시 설계한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둘러싼 의혹에 원 후보자와 같이 일한 공무원들이 상당수 연루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 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
박상혁 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 시절 업무추진비로 격려금을 지급할 때 '지방자치단체 명의'가 아닌 '원 후보자 명의'로 격려금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자체장 직명·성명을 밝혀 격려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기부행위로 본다"며 이는 행정안전부령 업무추진비 규칙 위반은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한국일보는 2일 이같이 보도했다.
박상혁 의원은 "단체장이 업무추진비로 현금을 지급하는 경우 매우 엄격한 제한이 있고, 개인 홍보로 선거에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이름 기재를 금하는 게 선거법의 취지"라며 "원 후보자가 이를 위반한 정황이 있는 만큼 사실관계가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후보자 측은 기관이 아닌 지자체장 명의로 격려금이 집행돼 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에 저촉된다는 지적에 대해 "직원 격려금은 당시 방역 업무 등으로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지자체 업무추진비 관련 규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장경태 민주당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 총무과에서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55회에 걸쳐 제주도 한 식당에서 업무추진비 1800여만원을 결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업무추진비 사용 목적이 총무과 고유 업무와 동떨어진데다, 원 후보자와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대부분 일치해 그 경위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기재부 규정에 따르면 50만 원 이상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때는 상대방 소속 및 성명을 증빙서류로 남겨야 한다.
원 후보는 해당식당에서 하루 최대 6번 쪼개기 결제를 해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허위로 작성한 흔적도 다수 발견됐다.
장경태 의원은 “서로 다른 부서가 같은 금액을 45차례나 동일하게 결제하는 것은 전형적인 '카드깡 수법'이다"며 "장관 후보자가 제대로 된 해명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심각한 낙마 사유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원 후보자 측은 지난 1일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바 없다. 일선 부서의 결제 내용은 알고 있지 않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 대규모 ’보은인사’
조오섭 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원 후보자가 당선된 당시 도지사직인수위원회 규모가 137명으로 전임자인 우근민 전 지사 취임 당시 인수위(34명)의 4배에 이르는 규모로 꾸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원 후보자 측근 중 산하기관의 임원으로 옮긴 인사는 인수위 출신 41명, 선거 캠프 출신이 6명,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자 등 기타 인연으로 묶인 10명 등 총 57명에 달했다.
제주제일고 동문인 김병립 인수위 취임준비위원장은 원 후보자 취임 5개월 만에 제주시장으로 임명됐다. 2018년 당시 이승택 캠프 비서실장은 2020년 5월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으로 지명됐다.
특히 오경생 제주의료원장과 오태휴 제주테크노파크 감사실장, 한광문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이사장은 2018년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아 2020년 임명 당시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조오섭 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원 후보자 선거 캠프가 ‘보은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했음에도 선거 공신들을 산하기관 주요 임원으로 임명했다”며 “타 부처에 비해 많은 예산과 큰 규모의 사업을 관장하는 국토부 장관에 임명된다면 또다시 측근 인사로 시비가 일지 않을지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 교통법규 상습 위반
민주당 장경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원 후보자가 작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교통법규 위반 등으로 20차례 과태료를 부과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정차 위반이 13차례로 가장 많았으며 버스전용차로 통행 위반 3차례, 장애인주차구역 위반 3차례, 편의증진보장 위반 1차례였다. 누적 부과 과태료는 94만2000원이다.
교통법규 위반을 저지른 시기는 모두 원 후보자가 대선 출마를 위해 제주지사를 사퇴(8월 1일)한 후부터 집중됐다.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된 지 나흘 후인 지난 지난달 14일에도 장애인·노인·임산부 전용 주차 구역에 불법 주차해서 과태료 10만원을 처분받았다.
장경태 의원은 “장애인주차, 버스전용차로 구역 위반의 경우 본인도 인지를 했을텐데 이걸 수행의 책임으로 떠넘기긴 어려울 것”이라며 “교통관할 장관 후보자로서 교통법규에 대한 책임감이 과연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꼬집었다.
원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교통법규 위반 건수 대부분은 경선 기간 중 선거사무원이 별도로 운행한 차량의 위반 건”이라며 “책임자로서 교통법규를 더 세심히 준수하지 못한 부분을 정중히 사과드리며 앞으로는 더욱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 코로나 방역 비상 상황 매주 서울 출장
민주당 박상혁· 한준호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사 시절 1년7개월여간(2020년 1월1일~ 2021년 8월1일) 국내 출장일수는 143일로 총 75회 중 71회가 서울출장으로 나타났다. 원 후보자는 국내 출장을 이유로 2152만원의 여비를 지급받았다.
원 후보자는 같은 기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부인 명의의 거처가 있었음에도 국회 앞 여의도 글래드 호텔을 이용했다. 원 후보자는 이 호텔에서만 69박을 묵었으며, 숙박비로 총 830만원을 지출했다.
2020년 5월 이태원발 코로나 집단 감염 여파로 인한 방역 비상 상황에서도 원 후보자는 총 10일에 걸쳐 서울 출장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20년 5월 1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근로자의 날임에도 비상 근무조를 짜서 특별집중 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의원은 "2020년 5월 제주도민들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 근무일 절반은 서울에 머물렀다. 도정을 외면했던 원 후보자가 전 국토의 관리 운영을 맡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도민들에게 당시의 직무 행태에 대해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장관 후보자로서의 검증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내각 국무위원들의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5년 만에 정권교체로 공수가 바뀐 여야가 벌이는 첫 청문회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원 후보자에 대해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원 후보자의 8년간의 제주지사 시절 각종 개발사업 과정에 대해 총체적으로 파헤친다는 방침이다.
한 국토위 여당 관계자는 지난달 원 후보자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그간 해놓은 말이 많아 구설수가 많은 편"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낙마까진 어려워도 누더기로 만들기 위해 총공세를 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원 후보자가 자잘한 논란 외에는 결정적 흠결이 낮아 인사청문회 검증을 무난히 통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