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 伊 매체 인터뷰에서 우크라 침공 명분 '탈나치화' 묻자...망언
이스라엘 발칵 "홀로코스트 정치적으로 이용...당장 사과하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라브로프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지 하루 만인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제3차 세계대전을 도발할 위험이 있으며 핵 전쟁 위험은 실재한다"고 했다. <사진 로이터>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전날 이탈리아 방송 레테 4(Rete 4) 채널에 출연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대인인데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가 침공의 명분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을 가졌다"며 "따라서 그것(젤렌스키가 유대인인 사실)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우리는 현명한 유대인들이 ‘가장 열렬한 반유대주의자들은 대개 유대인 자신들’이라고 말하는 것을 오랫동안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이스라엘의 주요 정부 인사들은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야이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별도의 성명을 통해 러시아 대사를 곧 초치해 라보로프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항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피드 장관은 "용서할 수 없는 가증스러운 발언이자 끔찍한 역사적 오류"라고 했다.
그는 "유대인은 홀로코스트에서 스스로를 죽이지 않았다. 유대인을 겨냥한 가장 저급한 인종차별은 유대인을 반유대주의자라고 비난하는 것"이라며 러시아 측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러한 거짓말은 유대인들에 자행된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를 유대인들 탓으로 돌려 압제자들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대인의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요아즈 헨델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끔찍한 일'을 정당화하려 한다"며 "히틀러는 유대계 혈통을 갖지 않았다. 우크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적은 우크라이나지만 유대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영상 연설을 통해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 이후 러시아가 어떠한 해명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 지도부는 2차 세계대전의 모든 교훈을 잊었거나 그런 교훈 자체를 전혀 배우지 못했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아돌프 히틀러. 전 독일의 정치가이자 나치의 총통으로 독일 민족에 의한 유럽 제패를 실현한다는 명목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으나 결국 패전했다.<사진 로이터>
히틀러의 나치 독일은 1941년부터 4년간 유럽 전역에 분포하던 유대인 600만여 명을 가스흡입, 총살, 강제 노동, 생체실험 등으로 학살했다. 이스라엘이 1948년 독립 선포 후 유대민족의 국가가 탄생했고, 학살에서 살아남은 상당수 유대인들이 이주해 현대 이스라엘 건국에 힘썼다.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 기념관 야드 바솀 측은 라브로프 장관에 대해 "히틀러가 유대계라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으로 희생자를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일반적인 우크라이나인과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을 나치라고 부르는 것도 심각한 일"이라면서 "완전한 역사 왜곡이자 나치 희생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서 동부 돈바스 지역의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안보 위협을 제거하고 우크라의 비무장화·비나치화를 위한 ‘특수 군사작전’ 수행을 침공 명분으로 삼았다.
<로이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