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대로 韓 인사청문회 난항... 의사진행 발언만 100분 넘겨, 1차 정회도
모두발언 이후 韓, 입 못 떼... '자료 미흡-검사완박 발언' 문제 삼아 여야 공방
민주 "검수완박 사과해야 청문회 진행" 對 "韓이 사과할 내용 아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의사진행발언이 100분을 넘기면서 박광온 위원장은 1차 정회를 선언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9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는 한 후보자의 모두발언이 끝난 후 여야 법사위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졌다.
청문위원들이 위원장에게 청문회 진행과 관련한 내용을 간단하게 요구하는 관행적인 의사진행발언과 달리 이날 의사진행발언은 100분을 넘기면서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결국 여야 간사 합의를 위한 정회까지 했다.
국회법 제104조에 의하면 의원의 발언 시간 15분, 보충 발언 5분 등 20여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이날 여야 청문위원들은 한 후보자의 ‘검수완박’ 발언은 물론 ‘청문회 사전 자료 미제출’등을 이유로 계속 의사진행 발언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각종 의혹과 관련한 핵심 자료제출 누락을 문제 삼았고, 아울러 이날 한 후보자가 인사말에서 ‘검수완박’을 언급한 것에 대한 사과 요구도 있었다.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법을 들어 "민주당 일부 위원이 청문회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며 맞섰다.
이 시간동안 한 후보자는 자리에 않아 공방을 지켜볼 수밖에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도저히 검증이 불가할 정도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정기국회, 국정감사도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시기만 모면하면 된다는 태도로 임한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한 후보자 모친의 탈세 및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 한 후보자의 농지법 위반 의혹, 딸 스펙 의혹 등을 열거하며 관련 자료 일체를 즉각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판사 출신인 이수진 의원도 "본인은 감추고 (자료를) 안 내주면서 어떻게 수사 받는 사람들에게는 자료를 안 내놓으면 압수 수색을 하겠다고 하느냐"며 질타한 뒤, "국회의원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한 후보자는 사실 만을 말하겠다고 선서했는데 이미 의혹들에 거짓 해명을 한 게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사과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제대로 된 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의 자료 제출과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언급하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윤한흥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회를 무시하고 장관을 임명한 것이 34명이었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의혹제기 만으로 임명을 안 하면 나쁜 선례가 된다 했다. 그런데 갑자기 태도가 180도 바뀌냐. 지난 5년의 여러분을 부정하느냐"고 민주당 청문위원들에게 공세를 취했다.
같은 당 김형동 의원도 "인사청문회법을 보면 자료 요구 대상은 국가기관, 지자체 등일 뿐 후보자가 아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때 송기헌 의원이 한 말"이라며 "후보자에게 요구한 자료는 대부분 제출이 불가하다. 황당한 자료 요구도 상당수"라고 반박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이수진·김종민 의원 등)들이 항의하자 김 의원은 '황당한 자료' 표현은 사과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적어도 그동안 관례에 비추어 의사 진행을 하는 위원회가 되길 바란다"고 응수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최강욱 의원을 청문위원에서 배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조수진 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는 인사청문위원으로 참석하는 것이 대단히 부적절한 분이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이라며 “통칭 채널A 사건을 사실상 만들고 관련 가짜뉴스를 무차별 무분별하게 유포해 피의자가 된 분”이라고 최 의원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법상 '후보자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사유'에 명백하게 해당하기 때문에 이분은 청문회에 참여할 수 없다"며 “한 후보자에게 사적 원한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최 의원 청문위원 배제를 촉구했다.
한 후보자가 인사말에서 ‘검수완박’ 법안이란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서도 민주당 청문위원들을 총공세를 펼쳤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한 후보자가 ‘검수완박’이란 단어를 써가며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는 잘못된 이해”라면서 “(이번에 시행될 법안은)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가 합의했던, 사개특위 꾸려서 1년 6개월 정도의 로드맵을 포함한 내용의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모두발언에서 의도적으로 그런 용어를 사용했다면 도발성 발언”이라며 “혹은 내용을 모르는 거면 심각한 상황이다. 전문성도 없이 그런 단어를 사용하면서 반대하는 태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사과를 요구했다.
김종민 의원도 "후보자가 인사말에서 검수완박이라는 용어를 굳이 쓴 것은 싸우겠다는 거죠?"라며 "인사청문회 인사말을 '한판 붙을래?' 식으로 한 후보자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런 발언은 그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공익의 대표자가 될 수는 없다. 국회의원으로 선수(選數)는 누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관, 정부를 맡을 순 없다"며 "발언을 취소하지 않으면 청문회를 할 이유가 없다. 취소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민형배 의원 역시 “(’검수완박’은) 정치적 선동 용어”라며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분이 이런 용어 사용했다는 것에 청문회 진행은 불가능하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피해볼 것이 뻔하다’, ‘야반도주라는 표현’ 등을 사과해야한다”며 “여당 국회의원이 범죄자냐. 정치인 공격, 국회 모독 남발하는데 어떻게 국무위원이 되나”라고 청문회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검수완박이 아닌데 (민주당이)왜 날치기를 했느냐"며 "한 후보자가 사과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청문회 진행이 어려워지자 박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박주민 민주당 법사위 간사를 통해 “한 후보자가 국회를 존중한다면 사과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는 한 후보자의 청문회는 당초부터 난항이 예상됐지만 의사발언진행부터 여야가 치열하게 공방하면서 한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날 청문회가 어떻게 진행되던 간에 한 후보자의 청문결과보고서 채택은 힘들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한 후보자 임명은 윤 당선인(대통령)의 결단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