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이 아니라면 왜 굳이 저널에 투고해서 출판했나. 전자문서화 답변은 궁색"
"고등학생이 인공지능 관련 연구, 조력 없이는 불가능...유령저자로 연구윤리 위반"
"한동훈, 법기술자가 본케고 언론기술자가 부케인데, 논문기술자도 있었나" 비꼬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우한 실험실 유출설' '조국사태' 등 SNS를 통해 꾸준히 사회 비판 의견을 내온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논문 대필 의혹에 대해 "조국 딸, 나경원 아들 때보다 열 배 이상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우 교수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논문을 쓰는 일이 주업인 연구자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논문 관련 대중의 오해도 많은데 정확한 이해도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 교수는 한 후보자 딸이 고등학생 1학년 때 7~8편의 논문을 출판한 상황을 조목조목 나열하며 한 후보자 측의 불성실한 해명 등에 대해 지적했다.
우 교수는 "한동훈 지명자 측은 몇 년간 써온 고등학생의 글을 전자문서화하기 위해 오픈엑세스 저널에 형식을 갖추어 투고한 건데 논문으로 왜곡했다고 반박했다"며 "논문이 아니라 에세이라고 주장하지만, 저널에 출판된 논문 형식의 글을 논문이 아니면 뭐라고 부르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오픈엑세스라는 말은 누구나 논문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저널에 실린 논문들은 비싼 구독료를 내는 학교나 개인들만 볼 수 있지만 오픈엑세스는 저널을 구독하지 않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한 후보자 딸의 논문들의 경우, 일부는 오픈엑세스고 일부는 그렇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한동훈 측은 ‘온라인 저널’, ‘오픈엑세스’, ‘고등학생의 글’ 이런 표현으로 논문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려고 한다. 그러나 논문임을 부정하기는 어렵고, 반대로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며 "논문이 아니라면 왜 굳이 저널에 투고해서 출판했을까? 전자문서화하기 위함이라는 답변은 매우 궁색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언론에는 논문이 아니라고 둘러대지만, 유학·입시 등에 스펙을 제시할 때 당연히 논문으로 포장하려고 저널에 투고해서 출판했을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추론"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한 후보자를 향해선 "한겨레는 ABC Research Alert에 낸 논문 한 편이 대필되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돈 주고 사서 자기 이름으로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동훈 지명자는 의혹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논문이 아니고 첨삭지도를 받은 연습용 글이라고 대응했다. 더 가관인 것은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할 계획도 없다는 발언"이라며 "지금 고2니까 당연히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겠다. 이걸 답변이라고 하나. 이런 구차한 변명을 들으며 ‘기술자’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는 법기술자가 본케(본래캐릭터)고 언론기술자가 부케(부수적 캐릭터)인데, 논문기술자라는 또 다른 부케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직격했다.
또 우 교수는 IEEE(전기전자공학자협회)에 실린 두 편의 논문을 지목하며 "고등학생이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학회에서 발표를 한다면 칭찬할 일이나, 도대체 어떻게 이런 연구를 할 수 있었을까"라며 논문 작성 과정에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누군가의 상당한 조력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연구의 5단계 중에서 첫 번째인 연구주제 설정, 아이디어 발굴, 이 부분이 사실은 가장 어려운 단계이다. 분석이나 자료정리 등은 오히려 쉽지만 주제를 잡고 연구방향을 정하는 것은 고등학생이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학교 선생님이나 대학교수 등 누군가 같이 했다면 논문의 공저자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구윤리 위반이다. 논문에 기여했는데 저자로 넣지 않는 건, 유령저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IEEE에 2저자로 낸 논문의 경우도 심각한 의문이 든다"며 "1저자가 방글라데시 대학생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와 함께 공동연구를 하게 되었을까. 어떻게 컨택이 되었는지, 연구를 어떤 식으로 공동으로 진행했는지, 2저자인 000 한의 기여는 무엇인지 매우 궁금하다. 어느 국제학회에서 우연히 만나 토론하면서 공동연구를 하게 된 것일까. 아니면 어느 입시컨설팅 업체에서 주선해준 걸까. 아니면 혹시 논문을 돈 주고 사온 것일까. 연습용 글이었다는 식의 구차한 변명 말고 한동훈 측이 밝혀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다만 우 교수는 "한 후보자 딸에 대한 마녀사냥이나 비난은 멈춰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스펙을 쌓고 미래를 준비하려고 하는 마음은 한동훈의 딸이나 조국의 딸이나 나경원의 아들이나 혹은 어느 고등학생들이나 마찬가지"라며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 나고자란 우리 아이들을 잘못된 길로 이끈 것은 일차적으로 부모와 사회의 책임이다. 조국의 딸이 당한 만큼 너도 당해야 한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런 식의 복수극이 바람직할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냥 불쌍하다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은 정말 스펙 준비의 극치를 보여준다. 대학연구실에서 인턴하고 논문 한 편 쓰는 정도는 우습게 되어 버렸다. 몇 년째 이어지는 고등학생의 논문 출판 이슈. 이제는 사회가 반성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지인 찬스라며 불공정을 외친 대학생들과 수많은 비판자들은 조국 장관을 끌어내리는 일로 만족해야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스펙쌓기 노하우를 드러낸 이번 사건으로 한동훈이 장관직을 내려놓는 건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법을 대표한다는 법무부 장관이 그래도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비윤리적이며 사회적 지탄이 될 일들을 덮고 버젓하게 장관이 될 수 있겠나"라며 "하지만 이번에도 그저 장관 한 명 끌어내리는 걸로 만족해야 할까. 진정한 피해자는 이 거대한 경쟁사회 속에서 부모의 스펙 지도에 휘둘리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찬스는 꿈도 꾸지 못하는 아이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상처를 받는 국민들이다. 말로만 선진국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