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으로 밀 수확량 급감
각국 내수시장 공급 우선을 원칙으로 식량 수출 중단
◆…인도 북부 도시 찬디가르의 한 도매 곡물 시장에서 한 노동자가 밀 작물에서 먼지를 제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대외무역총국은 전날 성명을 통해 밀 수출을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대외무역총국은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밀 수출 정책을 ‘자유’에서 ‘금지’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취소불능신용장(ICLC)이 발행됐거나 인도 정부가 국가 간 요청에 따라 수출을 허가한 경우는 예외사항으로 적용한다고 전했다.
인도는 세계 2위 밀 생산국이지만 대부분 밀을 자국 내에서 소비한다.
인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을 고려해 올해 수출량을 1000만t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3∼4월 기록적인 폭염으로 올해 밀 수확량이 10%에서 많게는 50%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자 인도 정부는 식량 안보를 이유로 수출을 중단했다.
정부가 통제하지 않으면 밀 생산·유통업자들이 높은 국제시장 가격을 좇아 수출에만 집중해 내수시장의 밀가루 가격이 높아지고 품귀현상까지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밀 공급량 부족을 인도산으로 대체하려던 기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밀 수출 1위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세계적인 가뭄까지 악재로 작용하면서 국제시장은 적잖은 충격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월부터 5월 첫째주까지의 총 강수량이 3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짐에 따라 프랑스의 밀 수확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11일 보도했다.
프랑스는 세계 4위이자 유럽 최대 밀 수출국이다. 지난해엔 2000만t의 밀을 수출해 러시아와 함께 전 세계 밀 수출량의 25%를 차지했다.
미국 역시 밀 공급 감소 충격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겨울 가뭄 피해로 올해 봄밀 재배가 작년보다 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전 세계 밀 생산은 7억7440만t으로, 지난해보다 4.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12일 보도했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밀 생산량이 감소했으며 밀 재고도 3.4% 줄어든 2억7500만t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내수시장 공급 우선을 원칙으로 식량 수출을 중단하거나 비축을 확대하고 있다.
밀 수출 규모 세계 10위권에 드는 카자흐스탄은 최근 밀 수출량에 대해 임시 할당제를 도입했다.
이집트는 3개월간 밀과 밀가루, 콩 등 주요 곡물의 수출을 중단했고, 터키와 아르헨티나, 세르비아, 헝가리 등 소규모 생산국들도 이미 수출을 금지했거나 통제를 검토하고 있다.
각국의 '식량 보호주의' 움직임에 국제시장 가격이 '공포'를 반영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식량무기화가 현실화됐고,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큰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면서 “이 위기가 최소 3년 이상 이어질 것이므로 우리나라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주요 곡물의 자급률을 높여서 식량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