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순익 31.7%↓...NH 54.6% 급감
메리츠·하나·다올·하이 등 IB 강자 호실적
증시 부진에 위탁매매·운용손익 감소
올해 1분기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한 거래대금 감소,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등으로 대부분 증권사의 순이익이 줄었다. 이런 가운데 투자은행(IB) 사업 비중이 큰 증권사들은 선전했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올해 1분기 ‘깜짝 실적’을 내며 2위로 높이 날아올랐다.
17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2개 증권사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1분기 순이익은 2조8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조9407억원)보다 31.7% 감소했다. 상위 20개사 중 15개사가 전년보다 순이익이 줄어들었다.
리테일 중심의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IB 부문에 강점이 있는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 다올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은 전년 대비 플러스(+) 실적을 냈다.
메리츠증권은 작년 1분기(1694억원)보다 13.7% 많은 1926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이며 8위에서 2위로 성큼 올라섰다.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차액결제거래(CFD) 강자답게 IB·금융수지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달성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채권금리 상승에 대비한 선제적 포지션 관리로 자산운용(트레이딩) 부문에서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며 “투자 및 파생거래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며 실적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의 파생상품관련이익 시장점유율은 작년말 기준 26.98%에 달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전년 동기(1308억원) 대비 5.5% 증가한 137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리테일 부문은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IB 부문에서 국내외 대형 부동산 개발사업 및 기업 지분 투자로 실적이 증대됐다는 설명이다.
다올투자증권(498억원)은 부동산PF 등 대체투자 분야의 금융주선·인수를 강점으로 13.6% 증가율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강화된 리스크 관리와 우량 딜 발굴로 IB 부문의 양적·질적 성장을 거뒀다”며 “금리상승에도 채권영업은 견조한 이익을 실현했고 자기매매 부문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전년 동기(352억원)보다 5.6% 늘어난 372억원을 벌어들였다. 부동산금융 호조에 따라 수익 성장세를 이어간 하이투자증권은 회사채 및 기업공개(IPO) 인수단 참여, 공모 리츠 대표 주관 등 IB 업무를 진행했다.
한국투자증권(2588억원)과 미래에셋증권(1865억원)은 IB 부문 호조에도 불구하고 위탁매매 및 자산운용 부문의 부진으로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7.1%, 24.8%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우량사업장 주관 확보 및 수익원 다각화 영향으로 PF 관련 금융자문 수수료가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두산공작기계, 대우건설, SK에코플랜트의 인수금융 등으로 IB 수익을 창출했다.
NH투자증권(1102억원)은 순이익 감소 폭이 54.6%로 가장 컸다. 증시 변동성 확대로 위탁매매 및 운용손익 관련 수익이 급감한 영향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주식 부진에도 불구하고 해외주식 부문은 자산 증대와 함께 실적 상향 기조를 유지했다”며 “IB 부문은 인수금융, 다수의 PF 딜을 수행하며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1505억원)과 KB증권(1305억원), 신한금융투자(1096억원)도 위탁매매 및 운용손익을 중심으로 순이익이 급감했다. KB증권은 1분기 유일한 IPO 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주관을 맡아 IPO 수수료가 급증했으나 손실을 상쇄하진 못했다.
키움증권(1612억원), 대신증권(689억원)은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순위는 한 계단 올랐다.
이밖에 한화투자증권(395억원), BNK투자증권(314억원), 현대차증권(293억원)도 20위권에 포함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동주관사인 골드만삭스증권과 메릴린치증권은 각각 127.3%, 286.7%의 증가율을 보이며 20위권 내 이름을 올렸다.
한편 유안타증권(-77%), 이베스트투자증권(-54.7%), DB금융투자(-67.5%)는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급감해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증권사 1분기 실적 악화의 배경이 된 거래대금 감소와 기준금리 상승은 2분기에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일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19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33조3000억원) 대비 40.7% 줄었다.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18조6000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상승은 증권사의 채권평가손실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고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켜 증권사의 영업실적이 저하될 수 있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50bp(1bp=0.01%p)의 장단기 시장금리 상승이 일어난다고 가정할 경우 증권사들의 채권 평가손실 예상 규모는 약 9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증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수익구조 강화, 늘어난 자본 여력을 감안할 때 이런 업황에 대한 대응능력이 과거 대비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단기적인 영업실적 위축보다는 증권사의 자산건전성, 유동성 등 리스크 관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