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백신 접종률 0% 북한서 코로나 새 변이 출현 우려"

WHO 긴급대응팀장, "북한 도울 준비 돼 있으나 주권국에 간섭할 권한 없어"

세계보건기구(WHO)가 북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새 변이 출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1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의 코로나 사태에 대해 "현재 (백신 및 치료제 등) 가용 수단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확실히 걱정스럽다"며 "WHO는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곳에서 항상 새 변이 출현 위험이 더 높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선 "도울 준비가 돼 있지만 주권국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백신 미접종 인구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급속히 전파하는 북한의 현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북한처럼 고립된 국가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예방 접종 및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재앙 직전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런던대학교 동양아프리카학부 한국학과 교수인 오웬 밀러는 “북한 주민들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대다수가 면역 체계가 없고, 확진자는 코로나19 치료제를 제공받지 못해 오미크론 확산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인 정재훈 연구원은 “오미크론의 경우 한국에서 치사율이 0.1%인 데 비해 북한에서는 1%까지 치사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세계적인 사례에 비춰봤을 때 백신 접종률이 높고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진행하면 중증화율과 사망률이 줄어들지만, 북한에서는 그런 패턴이 반복될 것 같지 않다”면서 “북한의 공식 접종률은 0%이고 코로나19 치료제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 도움 없이는 북한은 인구 규모 대비 사상 최악의 사망률과 감염률을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봉쇄 조치를 시행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 검사를 받는 것 외에는 평소처럼 출퇴근을 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보다 직장이 폐쇄되고 일을 하지 못해 생계가 끊기는 것을 더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최근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북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과의 교역까지 차단하는 등 강력한 봉쇄조치로 대응해왔으며, 코로나19를 이유로 도쿄·베이징올림픽에도 불참했다.

WHO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까지 약 6만4200명만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는데 이는 한국의 하루 검사 건수보다도 적은 수치다. 북한이 ‘확진자’ 대신 ‘유열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명확하게 확진 여부를 가려낼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에서 현재까지 코로나19에 의한 누적 사망자는 56명이며, 전국에서 발생한 발열자 수는 148만3060여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대규모 확진자 발생에도 지도층이 기부하는 해열제 등 상비약과 버드나무잎이나 꿀을 먹는 민간요법 등에 의존해 대응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앞서 WHO 회원국인 북한 당국이 바이러스 발병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면서 이는 '국제보건규칙'상의 법적 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