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주의보...유럽 확산세 이어 미국˙캐나다에서도 확진

주로 아프리카에서 보고되어온 희소 감염병 '원숭이두창'(monkey pox)이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도 확산할 조짐을 보여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원숭이두창은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치사율은 변종에 따라 1∼10%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지만, 성 접촉으로 인한 전파 가능성도 있다.

BBC는 19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최근 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현재까지 9명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감염자 중 2명은 나이지리아를 방문하고 최근 귀국했다. 나이지리아는 원숭이두창이 풍토병(엔데믹)으로 자리 잡은 국가다. 이 확진자가 현지에서 어떻게 바이러스에 노출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 보건당국은 최근에 확인된 확진자 4명 모두 동성과 성관계를 한 남성으로 파악돼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인 남성들을 대상으로 '주의보'를 내렸다. 당국은 발진·병변 등이 발생하면 보건당국에 문의하라고 당부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영국 외에 스페인에서 8명, 포르투갈에선 5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며, 의심 증상자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은 마드리드주에서만 의심증상자 23명이 발생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주의보를 발령했다. 스페인 보건당국은 의심증상자에 대해 모두 자가격리 조치를 내렸다.

그동안 감염자가 보고되지 않았던 이탈리아와 스웨덴에서도 이날 첫 감염자가 1명씩 나왔다.

이탈리아 감염자는 최근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를 여행하고 돌아왔으며, 스웨덴 확진자는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건부는 감염자가 캐나다를 방문한 이후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캐나다 퀘백주 보건당국 역시 의심 환자 13명 이상을 관찰하고 있다.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국제 공중보건학과 지미 휘트워스 교수는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번 사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1958년 원숭이두창은 포획된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됐지만 주로 쥐나 다람쥐 등 설치류가 주요 감염원이다. 천연두(두창)와 비슷한 증상이 실험실 원숭이에서 발견돼 이런 이름이 붙었다.

1970년 콩고에서 최초로 인간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이후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지역 특히 콩고와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감염 사례가 꾸준히 보고됐다.

다소 증세가 경미한 '서아프리카형'은 치명률이 약 1%, 중증 진행 확률이 높은 '콩코분지형'은 10% 정도다. 최근 유럽에서 발견된 원숭이두창은 서아프리카형으로 파악되고 있다.

초기 감염 증상은 발열, 두통, 근육통, 임파선염,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이후 수포와 딱지가 얼굴과 생식기 등 몸 전체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잠복기는 5∼17일이며 대부분 감염 후 2~4주 정도 지나면 증상에서 회복된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 치료제인 항바이러스 약품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진네오스'(Jynneos)는 미국에서 최초의 비복제 천연두 백신이자 최초의 원숭이두창 예방백신이다.

미국 노팅엄대의 바이러스 전문가인 조나단 볼 교수는 "초기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확진자 50명의 접촉자 중 1명만 감염된 사실로 보아 이 바이러스의 전염성은 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