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사태 장본인 권도형 대표는 누구?

코인 업계 시가총액 7위 루나 코인, 세계 3위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 발행사 테라폼랩스, 이 제국을 통치하던 왕 권도형 대표가 한국과 싱가포르 양국에서 사법처리 대상으로 몰려 권좌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사기 혐의로 피소됐고 국내에서도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의 1호 수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 "토끼굴에 빠진 셈이죠"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루나 사태가 벌어지기 불과 한달 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와이파이 P2P 공유서비스 업체 '애니파이'를 운영하던 자신이 왜 암호화폐 시장으로 오게 됐는지를 이같이 비유했다.

애니파이는 지난 2015년 권도형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와이파이에 연결된 개인 모바일에 앱을 설치하면 모바일에서 모바일로 연결해 와이파이의 도달 범위를 확장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는 GOP 무전병으로 군생활을 하던 당시 이러한 사업 방향을 구상했고 제대 후 스탠포드 대학 친구들과 기술자를 모아 애니파이를 창업했다.

권 대표는 와이파이 공유서비스 사업을 진행하면서 분산 네트워크를 연구하던 중 자연스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4월 인터뷰 당시 테라가 폰지사기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테라 블록체인 기반의 앵커프로토콜에 테라USD를 예치하면 받는 연 20%의 이자 수익은 프로젝트가 성숙해지면 낮아지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1990년대에 아시아 국가에서 은행 금리가 높았지만 경제가 성장하면서 하락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투자자들이 '20%'라는 수치 하나만을 보고 아무런 가치 없는 루나 코인에 돈을 태우고 테라USD가 기축통화 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고 믿었던 반면 그는 신뢰의 원천인 이 수치를 지킬 마음이 없었다. 그는 테라 블록체인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를 투자 상품으로 본 것이 아니라 한 국가에서 발행하는 화폐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듯 하다. '아시아 국가들도 예금 금리를 낮추는데 테라폼랩스는 못 낮추겠어?' 이런 논리라면 투자자들의 '20%' 보장 요구도 불필요한 문제 제기가 돼버린다.

한달이 지난 지금 테라USD가 1달러를 유지하는데 실패하고 루나는 한국 돈 기준 0.18원을 기록하는 등 두 자매코인의 '가격'이 아득히 먼 심해로 가라앉는 가운데 그는 여전히 체인의 '가치'를 주장하고 나섰다.

권도형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는 대신 테라를 다시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테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토큰을 발행한 뒤 공동체 구성원들과 개발자들에게 보상하자고 제안했다.

◆ "10대들이 만드는 구글로 생각해 주세요"

권 대표는 대원외고 재학 시절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궁금해하고 필요로 하는 정보나 뉴스를 다루는 미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영자신문 동아리를 만들게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돌이켜보면 그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1991년 생으로 대원외고를 다니면서 영자신문 동아리를 만들었고 민족사관고, 서울국제고를 비롯한 11개 특목고 학생 200명이 모인 연합동아리로 성장시켰다. 2009년에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세계학생토론대회'에서 비영어권 최우수 발표자에게 주는 ‘베스트 EFL 스피커’상을 수상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님에도 영미권 학생들 가운데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입학사정관 제도를 통해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외고를 나왔는데도 어문이나 상경계열을 고집하지 않고 컴퓨터공학을 전공해서 실리콘밸리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엔지니어로 일했다.

최전방 GOP에서 무전병으로 근무하면서도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실제로 스탠퍼드 동문과 실리콘밸리 기술자들을 불러들여 회사를 차렸다. 이 때 연구한 분산 네트워크 기술을 가지고 암호화폐 업계에 뛰어들었고 15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집한 이후에는 세간의 주목을 받아 블룸버그와 인터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런 그를 두고 "King of 'Lunatics'"이라고 표현했다. '루나 투자자들의 왕'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Lunatics'가 미치광이들이라는 뜻도 있어 '미치광이들의 왕'이라는 말도 된다.

◆ "나는 트위터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토론하지 않는다"

사면초가에 몰린 그에게도 분명 활로가 있었다. 지난해 7월 경제학자 프랜시스 코폴라가 트위터를 통해 테라의 자기 조정 메커니즘은 패닉 상황에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을 때 나쁘게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실제로 테라 생태계 전반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조언에 대해 "나는 트위터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토론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그리스 신화 속 영웅들이 대업을 완수한 직후 귀를 닫고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주변 인물들과 갈등에 봉착하듯이,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을 폐기하고 새로운 체인을 부활시키겠다는 그의 의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당혹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매순간 숨가쁘게 달려왔던 그에게 사법당국의 포승줄이 다가오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앞으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