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시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우려…0.25%p 인상 적절”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결정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의 현실화 우려가 존재해 실제 단행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은이 금리역전 현상을 걱정하지 않고 완만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0.25%p 인상 결정이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위드 코로나 2022년 경제전망’의 저자 한양대학교 김광석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오는 26일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연 1.75%로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빅스텝 완전 배제는 아니다’라는 발언은 매우 원론적인 표현”이라면서 “빅스텝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환율 안정 등 심리적 효과를 줄 수 있다. 6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5% 이상이라면 빅스텝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총재의 발언은 선제적 지침을 주는 그런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화정책 결정시 금통위원들은 물가상승률 이외에도 고려할 사항이 많다”면서 “물가, 경기, 환율, 자금이탈 등 여러 지표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통화정책으로 물가안정과 경기부양 모두를 잡을 수 없다. 물가를 잡겠다면 경기는 조금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 초중반으로 낮춘 전망치가 존재하지만 그 수치도 잠재성장률 수준”이라며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빅스텝하면 경제성장률 달성에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성장률이 높기 때문에 인플레이션만 잡으면 된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물가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하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미국처럼 고인플레이션이 아니다. 물가상승 압력이 크긴 하지만 미국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빅스텝으로 금리를 인상할 조건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인플레이션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스테그플레이션까지는 아니지만 초입에 해당하는 단계”라며 “빅스텝을 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역전 현상을 우려하지 말고 완만한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가계 빚이 19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이자 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김 교수는 “거시경제 정책에서 그 부분을 당연히 고려하겠지만 금리가 오르면 이득을 보는 사람도, 손실을 보는 사람도 존재한다”며 “변제기간을 미뤄주는 등 채무상환능력을 보전해 주는 금융정책이 필요한 것이지 통화정책으로만 해결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환율과 관련해서도 김 교수는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은 속도로 빅스텝을 유지할 여건은 안된다”라며 “달러 강세를 용인하고 금리역전으로 자금 유출이 가능한 부분을 용인하는 통화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은은 외화자금이 유출되더라도 그로 인한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나름대로 충분하고 단기 외채 비중도 작아 유출로 인한 외환위기는 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또 외자 유출의 우려 때문에 빅스텝을 하는 것은 통화정책에 맞지도 않는다. 고려할 게 많은데 우선순위를 놓고 보면 그렇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