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치 지형 크게 바꾼 지방선거... 민주당의 패인은?

'낮은 투표율·대선 후유증·검수완박 논란·당 내홍‘ 등 주요 패인으로 꼽혀

대선서 0.73%차로 패배한 이재명 나섰지만 역부족... 박지원, 李 행태 비판

대선후 3개월내 치러진 지선 '불리'... 野 내홍에 강성 지지층도 등 돌려

6.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향후 정치지형의 큰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17곳 광역단체장 중 13곳이 국민의힘 차지가 되면서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게 됐다.
또한 새 정부 출범이후 정치권을 뒤흔든 이른바 '검수완박법' 추진 및 내각 인선을 둘러싼 여야 갈등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50%를 겨우 넘은 예상보다 낮은 투표율도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실 낮은 투표율이 여야 어느 쪽에 더 악영향을 미친 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내놓기 어렵겠지만 정당 지지율을 놓고 볼 때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6·1 지방선거 투표율은 잠정치 50.9%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라는 오명은 겨우 면했다. 이는 가장 저조한 투표율을 보인 2002년 3회 지방선거(48.9%) 다음으로 저조한 투표율이자 4년 전 지방선거보다는 9.3%포인트, 올해 3월 실시된 대통령 선거보다는 26.2%포인트 낮은 기록이다.

애초 지난달 27∼28일 실시된 사전투표 최종 투표율이 20.62%로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를 기록할 때만 해도 ‘대선 연장전’으로서 본투표에 대한 관심도는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 새 정부 출범 '컨벤션 효과'... 진영 지지층 결집도 떨어져

세 정부 출범에 따른 ‘컨벤션 효과’로 여권인 국민의힘의 승리가 어느 정도 예상되면서 각 진영 지지층의 결집력이 줄어들면서 정당 지지율에 따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30대와 40대 등 야권지지 성향이 강한 유권자들이 투표에 대거 참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반면 보수지지 성향이 강한 60대이상 연령층의 충성도는 거의 변함이 없다는 방증이다.

권역별로 보더라도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던 광주·대구·전남·전북 등 지역의 투표율은 전국 평균 대비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큰 관심을 끈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경우도 투표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서울의 경우 53.2%로 전국 평균 투표율을 넘었지만, 경기(50.6%)와 인천(48.9%)은 평균치를 밑돌았다.

경기와 인천의 경우 당초 초접전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투표율이 높은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그 결과는 예측과 거리가 멀었다. 결국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의 투표율 하락 폭이 국민의힘에 비해 더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선거 전부터 예상됐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민주당이 '검수완박' 관련 법안 강행 처리, 박완주 의원 성 비위 의혹 등으로 중도층의 관심이 멀어졌고,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의 내홍이 강성 지지층 결집도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이 선관위 의뢰로 지난달 22∼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선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71.5%로 제7회 지선 당시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5%포인트 떨어졌다. 그만큼 결집도가 떨어졌다는 해석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이번 지선에서 20대 남녀 유권자의 지지정당 쏠림 현상이 지난 3월 대통령선거 때보다 심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KBS·MBC·SBS 지상파3사가 이날 지방선거 본투표가 완료된 직후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17개 광역단체장 기준 20대 남성 65%는 국민의힘을, 20대 여성 66%는 민주당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9 대선 당시 20대 남성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게 58.7%를, 20대 여성의 경우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58.0%를 지지했다. 남성은 6.3%포인트, 여성의 경우 8%포인트 더 결집했다.

특히 서울시장의 경우 20대 남성 75%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고, 20대 여성 67%는 송영길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오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지난 21년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보다 3%포인트 가량 올랐지만 20대 여성의 경우는 27%포인트 가량 더 송 후보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선 20대 여성은 박영선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44%, 오 후보에게 40%, 제3정당에 15%를 지지, '이대녀' 표심이 분산됐던 것과는 크게 다른 결과다.

초접전인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젠더 간 표심 양극화가 더욱 극명했다. 20대 남성 66.3%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20대 여성 66.2%가 김동연 민주당 후보를 뽑았다고 응답했다.

이번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입소스가 방송 3사 의뢰로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사이 전국 631개 투표소에서 10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6%~3.4%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 3월 대선 이후 당 쇄신 못한 민주당, 지선에서도 패배

한편 민주당의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대선 이후 변하지 않은 당의 모습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큰 격차로 불리하다고 평가되던 이재명 후보가 0.73% 차이로 패배하자 ‘불과 24만7천여표 차이 패배’라며 쇄신의 길을 걷지 않았던 당 지도부의 오판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1기 내각 인사 등을 놓고 '발목잡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폭락하며 위기감이 극에 달했지만 당 지도부는 ‘여론조사 불신론’을 펼치면서 더욱 지지층이 떨어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른바 ‘검수완박법’ 강행 처리가 가져다준 여파도 적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후 전격 ‘검수완박법법’ 강행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다수의 의석수를 앞세워 국민의힘과 검찰은 물론, 법조계와 언론계, 시민사회는 물론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던 법안 통과를 강행했다.

또한 내각 인사 청문 과정에서도 많은 헤프닝이 펼쳐졌다. 한 총리 인준 동의안 반대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민주당 의원들의 '팩트 검증' 실패 등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면서도 사과하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에 실망감이 더욱 커졌고 결과로 이후 민주당의 지지도는 1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이재명,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도 지선 패배의 한 원인

대선후보로 출마해 패배한 정치인의 경우 일정 기간 잠행 또는 외유를 통한 성찰기간을 갖던 그간의 관행을 무시하고 2개월여만에 정치권에 복귀한 이 후보가 연고가 전혀 없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강행하자 급기야 ‘방탄출마’라는 오명을 덮어쓰게 됐다.

민주당 지방선거 총괄선거위원장으로 또한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로 적극적이고 활발한 선거활동을 전개했지만 이를 지켜본 국민의 시선을 차가왔다는 당 안팎의 평가다.

하지만 결정적인 패착는 선거 막판 ‘김포공항 이전·국내공항 폐지’ 공약을 내놓으면서 자신의 선거에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당의 선거 판세를 '침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난무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윤호중 위원장이 '당론이 아닌 개인적 공약'이라고 밝혔고 자당 제주시장 후보까지 기자회견을 통해 공약 철회를 촉구하는 등 논란을 확산시켰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밤 페이스북에 지선 참패와 관련헤 "TV3사, jtbc 출구조사를 시청하고 밖으로 나와 정처없이 걷는다"며 "이 책임을 누가 질까요"라고 탄식했다.

박 전 원장은 그러면서 "자생당사(自生黨死),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며 우회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정조준했다.

◆ 박지현 '586 퇴진론' 갈등 당 내홍... 지선 참패의 원인

 
20대 청년을 대표한 박 위원장의 ‘586 퇴진’ 주장과 당 지도부의 반발은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치달았으나 이 위원장의 막판 중재로 간신히 봉합이 되는 듯 했지만 그 여파는 결국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지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박 위원장은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후 가진 KBS와의 인터뷰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다"며 "민주당이 대선에 이어 두 번째로 심판을 받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참패를 시인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민주당이 대선 이후 좀 더 쇄신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며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된 윤석열정부를 견제하는 ‘견제론’보다는 ‘정말 쇄신하겠다’는 새로운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렸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유력 대권후보였던 이 후보는 이번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등원하게 됐지만 기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선거에 대한 책임론을 피해가기가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향후 당 대표로 당권을 장악하고 또한번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이 후보로서는 8월 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추대받기가 만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은 2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6·1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수습 방안을 논의한다. 이날 회의에서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당 지도부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3.9 대선에 이어 6.1 지방선거까지 패배하면서 정권재창출 동력 회복에 실패한 민주당이 향후 철저한 당 쇄신과 인물 교체를 통해 새로운 정당으로 환골탈태할지 그 여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