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 '금융브리프'통해 밝혀
중장기론 "구조개혁 통한 경제 체질강화"
◆…한국금융연구원은 4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가 물가상승과 경기불황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사진 연합뉴스)
한국경제가 고물가에 낮은 성장률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경기보다 물가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인플레이션에 먼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우리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과 정책적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장 연구위원은 "과거 스태그플레이션 사례, 최근의 지정학적 위험과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대내외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정책당국의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우리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과거(1970년대 중반·1980년대 초반) 경험했던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은 유가 급등이란 공급 충격에서 비롯된 영향을 받았다. 이런 부분은 최근의 경제 상황과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브렌트 기준)는 2020년말 배럴당 51.22달러에서 작년말 77.24달러로 뛰었다. 이어 올해 들어선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4월말 기준 108.36달러까지 치솟았다. 장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훼손,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곡물 등 기타 원자재가격 상승세도 공급충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장 연구위원은 또 "공급망 회복 지연 등으로 공급충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급감했던 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금년 중에는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 이후에도 4%가 넘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그는 "한국은행도 1998년 물가안정목표제와 함께 금리중시 통화정책체계를 도입한 이후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오고 있으며, 이번에도 인플레이션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고 했다.
반면, 향후 경기는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기침체 사례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5%를 상회했을 때,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긴축정책이 뒤따르면서 4분기 이내 경기침체가 발생한 경우는 45%인 것으로 나타났다. 8분기 이내로 범위를 넓히면 경기침체 가능성은 62%까지 치솟는다. 장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에 대해 "최근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유럽국가의 나토가입을 둘러싼 러-유럽간 갈등,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등과 같은 불확실성이 향후 경기침체 확률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연구위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 정책당국이 경기둔화 가능성을 우려해 인플레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과거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위험을 증대시키게 될 것"이라며 "경기와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하기보다는 먼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물가안정기조를 회복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실물경제활동은 점차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경기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정책 여력은 비축해놓을 필요가 있다"면서 "중장기적 시각에서 구조개혁 등을 통한 우리 경제의 체질강화를 추진해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