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대통령 집무실 옆 미군 기지 이전 협상"… "눈덩이 비용 골치"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미군 기지 옆에 있는 국방부 청사로 결정하면서 미군 기지 이전 협상이 새로운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국방위)은 7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원래 2년 전인 2020년도에 10만5000㎡ 정도의 잔류기지를 만들어서 거기에 모든 용산기지 시설들을 넣고 용산기지를 완전히 반납한다는 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용산기지는 원래 3개 사령부가 있었다"며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유엔사령부 등이 있었는데 이게 평택으로 내려가면 서울사무소가 필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엔사령부의 경우 한 달에 한 번씩 유엔 16개 참전국 대사들과 같이 유엔사령관 회의를 해야 된다든지, 유엔사 16개국에서 주요 귀빈이 오면 접견을 서울에서 해야한다"며 "서울사무소가 필요해서 잔류부지를 요구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잔류부지에 대한 문제는 이미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드래곤힐 호텔 주변에 약 8만4000㎡ 정도를 남기겠다고 했고, 박근혜 정부 때는 미군이 요구해서 15만7000㎡ 정도를 요구해서 합의가 됐던 것을 문재인 정부 때는 미군 요구대로 할 경우 용산공원이 제대로 안 된다고 해서 축소하도록 해 10만5000㎡의 잔류기지를 남기는 것으로 추진돼왔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졸속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가 대선 이전 10년 전부터 이미 (미군 잔류기지)에 대해 합의가 된 사항임에도 대통령 집무실이 미군기지 바로 옆에 있는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이 병력을 파견한 곳이 59개국이고, 중대급 이상 파견한 곳은 한 20개국"이라며 "20개국을 전수조사해 보니 대통령실 담벽과 미군기지가 붙어 있는 데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역사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며 "5천년 역사를 통해 왕궁 바로 옆에 외국군 기지가 있는 사례가 있었느냐"고 반문하면서 "일제강점기와 같이 주권을 침탈당했을 때를 제외하고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민 정서도 그렇고, 국가 보안상으로도 이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군 기지는 치외법권이고, 바로 붙어 있을 경우 도감청의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태경 "문재인정부 인수인계 협조 안 한 것"… 김병주 "전혀 사실과 다른 얘기" 반박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용산 대통령실 바로 옆에 주한 미군 잔류기지가 조성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어떻게 봐야 하나'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저도 처음 알았다"며 "국방부 쪽에도 확인해보니까 잘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국방부에서 모르고 있다는 자체가 이치에 안 맞는 거 아닌가'라고 묻자 하 의원은 "그만큼 문재인 정부가 인수인계에 협조를 안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병주 의원은 "하태경 의원이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1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고, 이명박 정부 때도 이것을 정하면서 국토부 고시로도 고시가 됐고, 그동안 여러번 공청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2013년 박근혜 정부 때도 확장하면서 고시가 됐고, 역시 공청회가 있었으며,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때는 다시 부지가 줄면서 공청회도 하고, 고시가 됐기 때문에 용산공원계획이라든가, 용산기지 이전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분들은 다 알고 있던 사항"이라고 하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의원은 도감청 위험과 국민정서상 상징적인 의미로도 미군기지와 대통령실이 바로 옆에 있는 것은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그렇게 때문에 윤석열 정부에서 잔류기지 이전 문제를 협상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오기 전에는 드래곤힐 호텔을 그대로 이용하니까 일부 사무실만 지으면 되는 문제였는데, 부지를 다른 데로 이전하게 되면 예산이 엄청나게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래곤힐 호텔 같은 수준의 호텔을 지어줄 경우 3천억 이상이 든다며 여기에다 땅값과 기반시설까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예산이 엄청나게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대통령 집무실을 졸속으로 이전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계속 노정되는 것"이라며 "다른 지역은 땅을 새로 구입해야 되기 때문에 어렵고, 용산기지 내 최북단에 있는 후암동 지역으로 이전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김 의원은 "(미군 잔류기지가) 미 대사관이 들어오는 자리에 함께 옮겨갈 것"으로 내다보면서 "그 지역으로 가게 되면 후암동 지역이 개발되도록 했는데, 개발이 또 많이 제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니, 드래곤힐 호텔같은 수준의 호텔을 만드는데만 3천억 이상이 소요된다"며 "대통령실에서도 이런 비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졸속으로 마스터플랜 없이 대통령실을 이전하려다 보니까 이런 문제들이 노정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이미 합의된 것을 또 합의해야 하고, 여러가지 갈등 요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