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가격엔 민감하고 용량에는 둔감해”
기존 제품 없애고 양이 적은 제품 출시
◆…일본 도쿄의 한 쇼핑가 사진:로이터통신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는 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주저하자 기업들이 가격 인상 대신 내용물과 포장 크기를 줄이고 있다.
미국의 화장지 제조업체인 크리넥스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소형 화장지 한 상자에 65장이 들어 있었으나 이제는 60장으로 줄였다. 미국인이 즐겨 먹는 '초바니 플립' 요거트도 한 개 용량이 157㎖에서 133㎖로 줄었고, 폴저스 커피는 1.5ℓ용기를 1.3ℓ 용기로 교체했다. 폴저스는 그러나 최신 기술로 커피콩의 무게를 줄였을 뿐 한 통으로 커피 400잔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네슬레가 '아제라 아메리카노' 커피 한 캔의 용량을 100㎖에서 90㎖로 줄였다. 인도의 '빔' 식기세척용 비누는 개당 무게가 155ｇ에서 135ｇ으로 작아졌다.
일본의 제과회사 가루비는 지난달 원재료 가격 급등을 이유로 자사 제품 대부분의 용량을 10% 줄이고 가격은 아예 10% 올린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존 제품보다 양이 적은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도 늘었다고 보도했다. 치즈 판매업체인 ‘푸드 다이야’는 지난 2월 226g짜리 비건 쉬레드 치즈 제품을 없애는 대신 201g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 물가는 지난달 7%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며 9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 운동가인 전 매사추세츠 주 법무 차관보 에드거 드워스키는 AP통신에서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는 민감하지만 용량 변화에는 둔감하다는 점을 기업들이 이용한다"며 "일부 기업들은 내용물을 줄이면서 포장을 더 화려하게 만드는 트릭까지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격을 한 번 인상하거나 용량을 줄이면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더라도 원상회복이 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제품 크기가 줄어들면 그 상태로 유지되지 용량을 다시 늘리는 일은 드물다"고 덧붙였다.
애리조나주립대의 히텐드라 차투르베디 교수는 "많은 기업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과 싸우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큰 돈을 벌기 위해 슈링크플레이션을 무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