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젤렌스키, 러 침공 임박했다는 경고 들으려 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 러시아 침공이 임박했다는 미국의 경고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 워싱턴 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경을 벗어나 (우크라이나)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젤렌스키는 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다른 많은 이들도 마찬가지였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나는 그들이 왜 듣고 싶어하지 않았는지 이해하지만, 그(푸틴 대통령)는 결국 침공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많은 이가 내가 상황을 과장한다고 생각했다는 점을 안다"며 "하지만 우리는 (러시아가 침입할 것이라는 평가를) 뒷받침하는 첩보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정보 당국은 지난해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에 훈련을 명분으로 병력을 집중하자 올해 초 침공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고, 러시아는 2월 24일 '특별 군사 작전'의 명목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에 대해 세르히 니키포로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즉각 유감을 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뉴스 웹사이트 LIGA.net에 나와 “젤렌스키가 침공 이전 바이든 대통령과 3~4차레 전화 통화를 했으며 두 정상이 러시아 침공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니키포로프 대변인은 또 “우크라이나가 사태를 완화하기 위한 예방적 제재를 미국 측에 요구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젤렌스키가 미국의 경고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did not want to hear)’는 표현은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인 미하일 포돌랴크도 이날 LIGA.net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당시 공격 규모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었다”며 “100일 넘게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항전의 의지를 다져온 국가를 이제 와서 비난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군이 세베로 도네츠크 외곽으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면서 사실상 루한스크 주(州)를 점령한 가운데 나왔다. 이제 루한스크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장악하지 못한 곳은 리시찬스크 밖에 없다.

현재 세베로 도네츠크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과 시가전을 벌이며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지난 8일 러시아는 북크름운하 복구를 통해 그동안 막혀있던 크름반도 내 물 공급을 재개했다. 육로에 이어 물길까지 복원하면서 동부 돈바스-남부 헤르손-크름반도 연결이라는 침공 핵심 목표를 달성하게 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