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인플레이션 파이터 자처
물가안정 실효성 의문...경기침체 우려도
한미 기준금리 갭 0...한은 추가 금리인상 요인될 듯
◆…'기준금리 0.75%p 인상' 기자회견 하는 파월 연준의장. 연합뉴스 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1994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75bp(1bp=0.01%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증권가에서는 시장 예상에 부합한 결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강력한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보여준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자이언트 스텝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경기침체를 초래하지는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연준은 14∼15일(현지시간)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75∼1.00%에서 1.50∼1.75%로 75bp 올렸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7월 FOMC 회의에서도 빅스텝(50bp 금리인상) 또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5월 FOMC에서 75bp 인상이 필요할 경우 미리 신호를 주겠다고 언급했는데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금지되는) 블랙아웃 기간 동안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자 급하게 언론을 통해 75bp 인상을 시사했다”며 “이는 연준 입장에서 75bp 인상이 ‘갈급’했다는 방증으로 밀린 숙제를 서둘러 시작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은 이미 6월, 7월 FOMC에서 연속적인 자이언트스텝을 예상한 만큼 연준의 고강도 긴축 신호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불확실성 해소로 인식했다”며 “파월의 인플레이션 통제 의지와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금융시장은 강한 안도감을 보여줬다”고 봤다.
연준, 경기침체 불사한 금리인상...경착륙 가능성
연준이 물가 통제를 위해서라면 경기침체 가능성도 용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도 이어졌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물가 이슈에 수동적으로 끌려가기보다는 대응 수위를 크게 높여 물가안정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차단하겠다는 견해가 반영된 것”이라며 “연준이 경기둔화 우려를 감수하더라도 좀 더 강력하게 물가부터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강승원 연구원은 “연준이 처음으로 ‘경기침체를 불사한 금리인상’을 정확히 보여줬다. 실업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등 하드랜딩(경착륙) 가능성을 인정하며 공격적 금리인상을 시사했다”며 “과거 실업률 상승과 금리인상이 동시에 단행된 경우 1년래 100% 확률로 경기가 침체됐다”고 설명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1960년대 중반 이후 11번의 긴축 기간 중 8차례 경기침체를 경험했다”며 “4분기까지 물가 안정에 따른 긴축 경계 완화가 필요하다. 물가 불안이 계속될 경우 연준의 긴축 기조로 인해 경제는 경착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자이언트스텝, 물가 잡을지 실효성 의문
연준이 올해 남은 4번의 FOMC에서 최소 175bp 추가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7월 75bp, 9월 50bp 인상 전망이 주를 이룬다. 3분기까지 물가가 잡힌다면 11월과 12월에 베이비스텝(25bp 금리인상)이, 그렇지 않다면 11월에도 빅스텝이 예상된다.
자이언트스텝이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통제력에 대한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빅스텝 선택 시 초래할 수 있는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자이언트스텝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다만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며, 연준이 통제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 압력에는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물가 정점론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강해지기 전까지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관련 스텝 논쟁은 FOMC 회의가 열릴 때마다 반복될 것”이라며 “관건은 우크라이나 사태다. 우크라이나 출구전략이 가시화된다면 연준의 금리인상이 자이언트스텝에서 베이비스텝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 연준이 통제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유동성발 물가압력 △자산가격 상승발 물가압력 △강한 수요견인발 물가압력을 연준의 통제력밖 인플레이션 압력으로는 △팬데믹발 공급망 차질 △이상기후와 전쟁에 따른 애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발 푸틴플레이션 △신냉전 분위기 확산에 따른 신공급망 리스크 등을 제시했다.
한미 금리역전 우려...한은 금리인상 압력
연준이 긴축 행보를 가속화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점쳐진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기준금리 상단이 1.75%가 되면서 한국과 같아졌기 때문이다.
김상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이 최소 1차례 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과 2018년 한미 최종금리 역전 폭이 75bp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도 1차례 50bp 인상과 연말 2.50% 기준금리 도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하건형 연구원 역시 “10월까지 고물가가 전망되는 가운데 한미 금리역전이 예상보다 빨라진 점을 고려해 한은도 남은 4차례 회의에서 계속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할 명분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