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중복청약 금지 1년, 빈손 투자자는 여전

공모광풍 진정...균등배정 실효성 제고 목적
인기 IPO는 0주 배정도...막판 ‘눈치싸움’ 치열

중복청약 금지 조치는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배정기회를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0주’를 배정받는 경우가 여전히 속출하고 청약 막판까지 ‘눈치싸움’이 오히려 치열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반청약자가 한 증권사에서만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과열된 공모주 투자 열풍을 잠재우고 균등배정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조치다. 균등배정은 일반 배정물량의 50% 이상을 최소 청약 기준인 10주 이상을 청약한 모두에게 동등하게 배정하는 방식이다.

당시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배정물량을 더 많이 받기 위해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별로 계좌를 개설해 중복청약했다. 이로 인해 증권사는 과도한 계좌 개설과 청약수요 처리에 업무부담이 가중됐고, 청약 외 업무로 지점을 찾은 고객이 오래 기다리는 문제도 있었다.

지난해 3월 SK바이오사이언스와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청약 때는 청약계좌 수가 각 증권사에 배정된 균등 물량보다 많아 1주도 받지 못하는 청약자도 속출했다.

중복청약이 금지된 이후에도 ‘0주’를 배정받는 경우가 나타났다. 올해 1월 LG에너지솔루션 청약에서 투자자 대부분 1~2주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1인당 균등배정 물량이 0.27주로 아예 받지 못한 투자자도 상당했다.

2월 청약을 진행한 퓨런티어도 청약 수요가 몰리면서 유안타증권에 0.59주, 신한금융투자에 0.2주가 균등배정됐다. 지난달 가온칩스 청약에서도 균등배정 주식 수가 약 0.8주로 나타났다.

여러 증권사에 청약할 수 있던 기존 방식보다 ‘눈치싸움’이 더욱 치열해졌다. 한 곳에서만 배정받을 수 있는 만큼 막판까지 경쟁률을 비교해 가장 유리한 증권사에 청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일반청약에 참여했던 투자자 최모 씨(28)는 “기존에 이용하던 증권사보다 경쟁률이 낮은 증권사 계좌를 새로 개설해 청약했다”고 말했다.

균등배정 물량은 대신증권(1.75주)이 가장 많았다. 이어 하이투자증권(1.68주), 신영증권(1.58주), 신한금융투자(1.38주), KB증권(1.18주), 하나금융투자(1.12주), 미래에셋증권(0.27주) 순이다.

중복청약 금지를 두고 업계에서는 아쉬운 면도 있지만 큰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청약경쟁률이 높다는 건 그 증권사에 고객과 증거금이 많이 유입됐다는 의미”라며 “청약환불금을 계좌로 돌려받는 게 대부분이지만 영업점에서는 환불금을 가지고 다른 상품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공모주 중복청약 금지를 두고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복청약 금지로 개인투자자의 혼선만 생겼을 뿐 증권사는 경쟁률이 1:1만 넘으면 수수료를 받으니 사실 큰 차이가 없다”라며 “개인투자자에 물량을 좀 더 배정하기 위한 제도가 지금은 마치 아파트 청약처럼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모주에 대해 막연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거나 주위의 투자 결정을 따라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공모주 시장에 몰리게 되면 기업의 장기성과를 보고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높은 청약경쟁률로 인해 공모주를 배정받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