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NATO로 뭉친 서방 "러시아는 적(敵), 中은 잠재적 위협" 규정
북한 "尹 NATO 참석, 고통스러운 중증 안보 위기 직면할 것" 경고
기시다 日 총리, G7서 대중 견제 등 실리외교 펼쳐... 교훈 삼아야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에서 열린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내외 주최 만찬에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전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의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 발언이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푸틴이 헌법상 3연임 금지 조항으로 총리로 물러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2012년 푸틴이 다시 대통령에 오른 뒤, 총리를 지낸 메드베데프는 2020년부터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됐다.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종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서방에 대해 위협을 해왔지만 3차 대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선진국들은 26일(현지시각)부터 28일까지 독일 바이에른 엘마우성에서 열리는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최근 국제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7개국 정상(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일본)과 함께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EU 집행위원장 등 유럽연합(EU)의 두 정상도 참석했다. 또 주최국인 독일의 초청으로 세네갈,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인도 및 남아공 정상들이 옵서버로 참석했다.
29일부터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틀 일정으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는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가 파트너국 지위로 초청됐다.
미국과 독일 등 서방 선진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불구하고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중국 견제 연대가 확고하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함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번 주 G7과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한다는 포석인 셈이다.
앞서 로이터통신 등은 미 고위 관리를 인용, 나토 동맹국이 러시아 압박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동의 지지를 표방하는 일련의 구체적인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며, G7이 중국의 '강압적 경제 관행'에 대한 방안도 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위기와 기후변화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도 논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 뉴질랜드 등 미국의 아시아 핵심 동맹국들이 처음으로 참여하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을 안보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러시아는 '전략적 적'으로 규정하는 새 전략 개념이 채택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나 중국을 겨냥한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십' 구상을 발표했다. G7이 함께 개발도상국들의 사회기반 시설 구축을 지원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대응 하겠다는 계획이다.
G7 정상들은 러시아 제재 수위를 높이기 위해 러시아산 금 수입 금지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도 논의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미국과 영국은 이 같은 러시아산 금 수입 금지 조치 계획을 밝혔다.
금은 에너지에 이어 러시아의 2위 수출자원으로 금 수입 금지 조치가 내려질 경우 러시아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EU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 같은 조치와 관련해 "러시아 경제를 겨냥하는 방식으로 금을 조준하는 것이 가능한지, 유럽 경제가 타격을 입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국제적 가격 상한을 정하는 방안이 미국을 중심으로 제안된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러시아 제재로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곡물가 급등에 따른 세계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추가 제재 압박에 대한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7 정상회담 첫날 각국 정상이 유가 상한제를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고, 세부사항에 대한 이견은 남았지만 합의는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미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의 급감으로 경제 압박을 느끼고 있는 EU는 이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CNN 등 외신들은 이번 G7 정상회의 주요 어젠다로 물가가 논의될 것이지만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가 이미 국제유가 상승을 부채질한 만큼 추가 제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관련해 개발도상국 상당수가 중국의 보복 등을 우려해 서방의 중·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것과 반대로 유엔 및 주요 20개국(G20)은 오히려 분열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G7 정상회의는 27일(현지시간) "우리와 우크라이나의 연대는 굳건하며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이 주권과 영토를 용감하게 방어하고 평화롭고 풍요하며 민주적인 미래를 위해 싸우는 것을 변함없이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재정과 인도, 군사, 외교적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함께하겠다고 점을 강조하면서 러시아에 적대행위 중단과 군대 철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G7 정상들이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결정한 날, 보란 듯이 민간인이 모여 있던 우크라이나 쇼핑몰을 공격했다.
◆…29일 광화문 앞에서 전국민중행동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의 NATO 정상회의 참석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비난하는 개인명의 입장을 내면서 한국이 나토와의 연계로 인해 "고통스러운 중증 안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김효명 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는 한일 정상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두고 "조만간 북대서양의 검은 파도가 태평양의 고요를 깨뜨릴 것이란 불길한 징조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토는 미국의 패권주의 전략 실현의 하수인, 현지 침략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미국은 유럽 국가들의 피의 대가로 미국식 국제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처럼 아시아에서도 남조선을 대포밥으로 삼아 지역의 패권을 추구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기 존재 명분을 아태 지역에서 찾는 나토의 목적은 명백하다"며 "아태 지역에 오커스, 쿼드와 같은 대결 동맹을 조작하고 나토와 한 고리로 연계시켜 중국을 억제 고립하는 환태평양 포위망을 형성하려는 게 미국 주도 나토의 흉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관은 남조선 현 집권 세력이 스스로 나토의 동방 십자군 원정의 척후병, 총알받이 역할을 자청하는 것"이라면서 "남조선 당국자가 혹시 나토 그늘 안에 들어서면 미국 상전 칭찬도 받고 안보 불안도 덜 수 있다고 오산하고 있을 수 있지만 사실은 불구덩이에 두 발을 깊숙이 묻어 둔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이제 남조선 당국은 화난의 근원인 나토의 검은 손을 잡아 매우 고통스런 중증 안보 위기를 경과하게 될 것이며 치유 불능의 장기적 안보 불안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취임 후 50여일 만에 첫 해외순방을 통해 국제 외교무대에 데뷔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각)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등의 외교 일정을 진행한다.
앞서 전날(28일, 현지시간) 윤 대통령은 스페인 도착 직후 페이스북에 "3일간의 회담을 통해 경제, 안보를 함께 지키는 포괄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NATO 정상회의 일정을 시작했다. 호주는 한국·일본·뉴질랜드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 파트너 국가로 이번 NATO 정상회의에 초청됐다.
양국은 우선 중국과 관련된 외교와 통상 문제 등에서 공동 대처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앨버니지 총리에게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협조도 당부했다.
다만 이날 예정됐던 윤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과 면담은 순연되어 아쉬움이 남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마드리드는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글로벌 안보평화 구상이 NATO의 2022 신전략 개념과 만나는 지점"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NATO 회원국들이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장래 핵심 전략 파트너로 삼고자 한국을 초청했고, 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자 이곳 마드리드에 왔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NATO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신흥안보 환경 등에 대한 대응 방향을 담은 새로운 ‘전략 개념’을 채택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오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한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26일 밝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29일, 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갖는 한미일 정상회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3국간 정상회의는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9월 뉴욕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회담한 뒤 4년9개월 만에 열리는 회의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 대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핵실험 등 무력도발에 대응한 ‘삼각 공조’ 방안이 주로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기시다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갖는 의미가 중요한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이어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NATO 동맹국과 파트너국을 대상으로 연설하며 첫 국제무대에 신고를 한다.
◆ 日 기시다 총리, G7 에서 다각적 실리외교 펼쳐... 尹, 교훈 삼아야
반면 G7 정상회의에 참석 한 기시다 총리는 중국 견제를 위한 전방위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자국 경제·안보를 위한 실리적 외교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았다.
28일 일본 매체들은 일제히 기시다 총리가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패권주의적인 행동을 적극적으로 거론하며 "인도·태평양에서도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가 계속해 강화되고 있다"며 중국의 동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 정세를 중국과 연결시켜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동아시아일지도 모른다는 강한 위기감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의 동중국해 가스전 문제를 명시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G7 정상회의에서 해당 문제가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자국의 가스 공급망 관련 위기감을 국제적 현안으로 부각시켰다는 평가인 셈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와 함께 가스전 개발과 함께 중일 영토 분쟁 지역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영해 침입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는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라며 "중국에 의해 동중국해·남중국해 상황은 극히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과 각각 양자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도 중국을 견제하는 발언을 강하게 냈다.
그는 "유럽과 인도·태평양 안보는 불가분"이라며 유럽의 인도·태평양 관여를 높이고 대중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윤 대통령이 비록 G7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진 못했지만 NATO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유럽 국가 정상들과 회담을 통해 한반도 안보 상황 및 새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통한 적극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윤 대통령으로서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일 ‘삼각 공조’ 체제의 확고한 틀을 마련함과 동시에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첫 외교무대의 성과로서는 부족함이 없었다는 평가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