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尹대통령 나토 회의 참석에... "韓, 中 의존도 벗어나야"
"中 '구조적 도전'에 韓 예외 아냐... "긴장 고조될 것" 전망
"‘균형 외교’ 힘든 방향으로 모멘텀 바뀌어... 韓, ‘복잡성’ 가운데 놓여
中, 尹 나토 참석에 비판 수위 높여... '사드' 경제 보복 재현 우려
北외무성, 한미일 공조 강화에 "핵 전쟁 발발 상황 조성" 으름장
尹정부, 신 3고 해결 과제에 더해 나토 이후 경제·안보 과제도 쌓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 4개국 정상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가운데)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1일(이하 현지시간)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도 나토의 새 전략개념이 명시한 '중국이 제기하는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경쟁 국가들에 대한 구조적 도전 제기는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크로닌 석좌는 "나토가 새 전략개념을 채택하고 인도태평양 4개 나라가 참석한 것은 유럽대서양 공동체와 인도태평양 지역을 그 어느 때보다 분명히 연결한 중요한 이정표"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그 연결점에서 매우 적극적인 역할을 했고, 이번 회담은 한국이 국제적인 역할을 맡는데 있어 도약판이 됐다"고 평가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이전부터도 한국 정부는 안보 보증국인 미국과 가장 큰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전략적 모호성', '위험 분산 전략'을 추구했다"며 "한국이 보복과 강압을 일삼는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서방과 강력히 연대하는데 대해 "중국이 보복에 나설 수 있다"며 "그것은 중국 정권의 본성을 보여주는 사태이며, 한국이 중국과의 무역을 줄이고 다각화해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랜드연구소의 수 김 연구원도 VOA에 "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유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이 서방과 연대를 강화하는데 따르는 결과가 있을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하는 것의 대가는 더 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석좌도 "지금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행했던 것과 같은 '균형외교'를 하기 힘든 방향으로 압력과 모멘텀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여 석좌는 "한국이 '균형외교'를 행했을 때에도 '중국 리스크'는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중국에 대한 외교의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韓, 민주국가 연대 기류 합류... 전략적이고 현명한 움직임" 평가도 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샤를 미셀 유럽연합(EU) 상임의장과 약식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는 이어 "같은 생각을 가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간 여러 관계들이 진화하고 있는데, 한국도 그 관계의 확실한 일부가 되길 열망하고 있다고 본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즉 ‘열린사회’들은 공통의 가치를 강조하고 권위주의 국가들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응해 가치를 보호해야 한다는 새로운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과 상당한 상호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정교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며 "한국도 복잡성의 한 가운데 놓여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는 옳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고, 새로운 대통령의 지도 아래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 4∼50년간 민주주의, 자유, 시장 자유화, 경제적 번영, 문화적 영향력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점진적으로 나아갔다"며 "새 대통령이 과거와 다른 태도를 취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한국의 연속성의 일부"라고 말했다.
◆ "美, 한국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보장 강화해야" 의견도 제시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이 29일(현지시간)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왼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 ［사진=연합뉴스］
해리스 전 대사는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느냐는 VOA의 서면 질의에 "한국의 전 세계에서 유일한 안보 동맹은 미국"이라며 "미국은 한국의 생존에 대한 어떤 위협에도 한국을 보호한다"고 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해서는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와 문화 최강국이며 혁신적인 국가"라면서 "윤 대통령이 국제무대에 한국의 존재감을 확대하려는 것은 옳다"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비난할 어떤 근거도 없으며, 한국은 중국의 강압과 경제적 보복이 낯설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의 중국의 경제보복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됐다.
크로닌 석좌는 이와 관련 "미국이 한국에 대해 안보 공약 뿐 아니라 경제 공약도 제공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 헌장 5조와 같은 공약을 대서양과 태평양 국가들의 경제 문제에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며 "동맹국이 강압과 부당함에 맞설 때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해 더욱 많은 경제적 정치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해 ‘집단대응’한다는 원칙이다.
클링너 연구원도 "중국의 경제적 강압이 문제가 될 경우 한국이 미국에 어떤 지원을 원하는지 분명히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과 다른 나라들이 어떠한 조치를 취할 지 논의할 때, 한국은 미국이 어떤 조치를 해주길 바라는 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며 "다만 정부가 민간 기업들에 내릴 수 있는 지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바이든 "나토 정상회의, 역사적"... 韓-나토, 새 파트너십 체결 예정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사무총장［사진=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30일 나토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가 동맹을 강화하고 현재와 미래의 도전에 대응하는 '역사적인 회의'였다"며 특히 인도태평양 협력국들의 참여를 적극 환영했다.
그는 "대서양과 태평양의 민주주의 동맹과 파트너들이 한데 모여 우리의 미래의 도전에 집중하고 중국 등의 도전으로부터 규범에 입각한 질서를 방어하는데 집중했다"면서 "육상, 해상, 공중, 사이버, 우주 모든 영역에서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더욱 많은 자산과 역량을 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역시 이날 마무리 기자회견에서 "올해 정상회의는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동맹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결정들이 내려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억지와 방위에서 근본적인 변화에 합의했고 핀란드와 스웨덴을 초대해 동맹에 참여하게 했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에 합의하고 새로운 전략개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나토는 향후 10년간 목표를 담은 '전략개념'에서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직접 언급하며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뒤엎으려 한다'고 지적했고, 러시아에 대해서도 나토 동맹의 안보에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했다.
한국 정상으로서는 처음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면담에서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의 나토 참석을 환영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 파트너인 한국 정상의 참석은 나토 차원에서도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면담에서 북핵 문제는 역내 평화, 안정과 국제 비확산 체제에 대한 중대한 위협임을 상기하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나토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을 당부했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에 한국 정부 입장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와 함께 지속적인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 中, 나토 정상회의 신(新)전략개념에 강하게 반발... "대가 치를 것"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는 신(新)전략개념을 채택하며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국 동맹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며 아시아와 유럽이 공동으로 중국에 대응한다는 미국의 전략에 힘을 실어 중국을 강하게 자극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중국의 대외정책을 음해하고 정상적 군사 발전과 국방정책에 대해 제멋대로 언급하며, 대항과 대립을 부추기고, 냉전 사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이 충만하다"고 맹비난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도 이날 한국정치학회 등이 주최한 한·중 수교 30주년 학술행사에서 나토의 신전략개념을 비판하며 한국이 '장기적 이익 관점'에서 미‧중과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 대사는 그러면서 "한국은 중국의 전략적 협력 파트너이자 미국 동맹이라는 점에서 미‧중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건설적·장기적 이익의 관점에서 출발해 바람직한 한‧미 및 한‧중 관계를 정립하길 바란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이같은 중국의 강한 반발이 과거 사드 배치 당시와 같은 대한(對韓) 경제 제재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군사·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앞서 지난 30일 MBC라디오 방송과의 대담에서 윤 대통령의 나토 연설에 대해 "나토의 중국 견제 의지에 적극적인 동참 의사를 피력한 것"이라며 "이렇게까지 꼭 했어야 되는지 이런 대통령의 말은 사실 좀 불안하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는 "(중국이) 회담 시작 전부터 이미 경고하고 나선 입장이기 때문에, 특히 호주 뉴질랜드 한국 일본, 네 나라에 대해서는 이미 대책 수립에 들어갔다"며 "제일 늦게 반중전선에 뛰어든 한국에 대한 서운함이 제일 클 것이고, 앞으로 한중관계에서 외교‧경제 분야에서 상당히 어떤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과 초보적인 대화도 안 나눈 상태에서 반중전선으로 멀리 가버렸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리스크가 커졌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경제보복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는가’란 질문엔 "사드 때처럼 노골적인 경제보복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선 걱정되는 것은 북핵을 관리하는 데 중국이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라고 전망했다.
◆ 北, 한미일 공조 강화에 "유럽-아태지역 동시 핵전쟁 발발 상황 조성"
북한도 나토의 결정에 대해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핵전쟁이 동시에 발발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 질의응답 형태의 글을 통해 "얼마 전에 있은 나토 수뇌자회의(정상회의) 기간 미국과 일본, 남조선 당국자들이 반공화국 대결 모의판을 벌려놨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매체는 "미국과 추종세력들은 나토에서 채택된 새로운 전략개념이라는데도 우리의 자위적인 국방력강화조치를 걸고 드는 적대적인 문구를 박아 넣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나토 회의를 통해 미국이 유럽의 군사화와 아시아태평양지역 나토화를 실현해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억제, 포위하려는 기도를 추구하고 있으며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그 실현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보다 명백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무모한 군사적 책동으로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핵전쟁이 동시에 발발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조성됐다"며 "국제평화와 안전은 냉전 종식 이래 가장 엄중한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경고했다.
매체는 이와 함께 "조성된 정세는 한반도와 국제안보환경의 급격한 악화 추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국가방위력 강화의 절박성을 더해주고 있다"며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적대행위로부터 초래되는 온갖 위협에 대처해 국권과 국익, 영역을 믿음직하게 수호해나갈 것"이라고 향후 강경대응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尹대통령의 선택... '친(親) 서방정책' 대 '전략적 모호성을 통한 실리 추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 후 대통령실로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 앞에 경제·안보·민생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의 강한 반발이다. 우리 정부의 나토와의 연대 표명이 지난 2016년 당시 박근혜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야기된 경제 보복이 또다시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G7과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친(親)서방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당장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공급 감축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비중은 약 8∼10% 수준에 달한다.
만일 러시아가 대 일본 천연가스 공급 제한 조치를 시행할 경우 현재 예비전력 5% 정도에 불과한 일본으로서는 올 여름 '블랙아웃' 등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만일 중국으로부터 또다시 경제 보복을 당하게 될 경우 수출·수입 양측면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중국에 대한 수출 규모는 전체 수출의 25% 내외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이다.
교역국 다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중국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가져가야 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연설에서 한 '무의미한 북핵 개발' 발언에 대한 북한의 강한 반발과 이에 따른 무력도발에도 대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7월 또는 8월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을 겨냥한 7차 핵 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무력 시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신(新) 3고 위기를 맞은 윤석열 정부가 고물가 시대에 민생문제 해결에 총력을 다해야함은 물론 나토 정상회의 이후 대중·대북 경제·안보 측면에서의 해결 과제 또한 이중삼중 겹겹이 쌓여져 가는 형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