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KDI 원장 "KDI가 정권 나팔수 되면 안 돼"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장.(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을 설계한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지난주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에 대해 "생각이 다른 제 의견에 총리께서 귀를 닫으시겠다면 제가 KDI 원장으로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고 반발하며 사실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최근 한 총리가 기자간담회에서 홍 원장에 대해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으로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사퇴를 촉구한데 따른 입장을 낸 것이다.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석이자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정부와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국책연구원장의 임기는 통상 3년으로 홍 원장 임기는 2024년 5월30일까지다.
홍 원장은 6일 '총리 말씀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총리께서 소중한 조언을 주셨지만, 이번에는 제가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으로서 조언을 드릴 차례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총리께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사이의 다름은 인정될 수 없고 저의 거취에 대해 말씀하신 것에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홍 원장은 "정권이 바뀌고 원장이 바뀐다고 해서 KDI와 국책연구기관들의 연구 보고서가 달라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제가 떠나더라도 KDI 연구진들은 국민을 바라보고 소신에 따라 흔들림 없이 연구를 수행할 것으로 믿고 있고, 연구기관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책연구기관은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장의 임기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며 "이는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을 넘어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연구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리께서 KDI와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국민의 동의를 구해 법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홍 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민간주도성장)에 대해 "현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대전환의 시대를 대비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표방한 민간주도성장은 감세와 규제완화를 핵심 축으로 한 이윤주도성장으로, 대기업에는 감세 혜택을 주고 임금은 억제해서 이윤을 늘려줘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에 표방한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다르지 않다. 당시 이명박 정부도 적절하지 않은 정책임을 경험하고 이후 정책 기조를 동반성장과 공생발전으로 전면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해 의회 연설에서 '감세를 통한 낙수 경제학은 작동한 적이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