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CPI 학습효과로 물가충격 제한적
7월 FOMC 100bp 금리인상 가능성
물가 피크아웃 기대...인플레 지속 전망도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의 한 식료품점 모습. 로이터 제공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대비 9.1% 상승했다. 시장 예측(8.8%)을 넘어선 것은 물론, 1981년 이후 41년 만의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대비 5.9%로 하락 추세이나 예상치(5.7%)보다는 높았다.
증권가에서는 물가 피크아웃(고점통과)을 기대하는 한편, 이달 26~27일 예정된 7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100bp(1%p) 인상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6월 CPI 공개 직후 미국 증시는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이내 상승 반전하는 등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달러인덱스는 108p를 밑돌았고, 미국채 10년물은 오히려 하락했다. 이처럼 6월 CPI가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인 것은 5월 CPI 충격이 학습효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5월 물가충격의 학습효과가 작용했고, 서프라이즈 폭과 강도도 5월보다 덜해 금융시장의 반응이 단기간에 그쳤다”며 “유가를 제외한 CPI는 둔화 추세인 만큼 6월이 물가 정점이고 7월부터는 꺾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시장에 유입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달에도 5월 CPI 충격에 따른 발작 현상이 일주일 정도 이어지다가 원상 복귀했다”며 “7월 CPI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에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가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기대 심리가 높아지며 나스닥을 중심으로 낙폭을 축소한 점은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원화 강세 가능성이 부각된 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다만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진 점은 부담이다. 특히 연준이 베이지북(경제동향보고서)를 통해 소비지출 둔화와 생산활동 부진을 언급한 점도 투자심리 위축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6월 이후 침체 우려 확산으로 경기 데이터들이 위축되고 유가도 수요 둔화를 반영해 꺾이기 시작한 만큼 7월 CPI에서 피크아웃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봤다. 그는 “다만 7월 FOMC까지는 100bp 인상 가능성을 주가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7월 FOMC 100bp 인상 가능성 80% 육박
증권가에서는 6월 CPI 발표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 75bp 인상은 기정사실화됐고 100bp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9월 FOMC까지는 75bp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위기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주말 발표될 미시간대 5~10년 기대인플레이션 예비치가 6월 3.1%에서 반등할 경우 7월 100bp 인상 가능성은 더욱 확고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7월 100bp 인상 가능성이 80%에 육박한 가운데 연준이 ‘긴축’으로 뒷북을 칠 가능성이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지금 긴축은 1년 후 CPI엔 큰 영향을 주겠지만 당장은 제한적인 영향뿐이다. 연준이 지금 어떤 정책을 펼쳐야 ‘경기후행’ 지표인 CPI를 ‘지금’ 잡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연준이 100bp 금리인상을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인 만큼 이번에도 뒷북을 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가 피크아웃을 예단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주거비용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가 안정을 장담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6월 CPI는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5월 대비 높아진 유가 흐름과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소비자물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용이 점진적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높게 형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주거비용의 오름세가 서비스물가의 상승압력을 높일 수 있는 만큼 7월 CPI도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전이되는 점에서 연준의 물가 상승에 대한 대응이 공격적인 기조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우 연구원 역시 3분기에 근원 CPI가 반등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작년 7~9월은 중고차 가격이 일시하락해 근원물가가 안정됐던 시기다. 기저효과와 주거비용 상승 가속 가능성을 감안할 때 3분기는 근원물가 상승률의 반등 위험도 존재하는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궤적은 피크아웃이지만 절대적으로 높은 인플레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최대 변수는 바이든의 사우디 방문 성과다. 유가가 100불 내외에 머문다면 인플레 가속화는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