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 추진...한도 소진으로 지자체 축소·중단

'서울사랑상품권' 74분만에 완판

추경호 "현금살포성 재정 중독사업" 비판

서울사랑상품권은 실제 금액보다 7%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지역화폐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도입된 지역화폐는 결제액의 일정 비율을 인센티브 혜택으로 돌려주는 형태로 발행량이 매년 급증했다.
 
지자체별로 발행하는 지역화폐로는 서울시 ‘서울사랑상품권’, 성남시 '성남사랑상품권', 경기도 ‘경기지역화폐’를 비롯해 △인천e음(인천) △온통대전(대전) △여민전(세종) △광주상생카드(광주) △대구행복페이(대구) △동백전(부산) △울산페이(울산) 등이 있다.

고물가로 지역화폐 인기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올해 6000억원 규모로 지원된 지역화폐 예산이 내년엔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부처에 따르면 2023년도 본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머니투데이가 이날 보도했다. 구체적인 감축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지역화폐를 “국책 연구기관마저 경제 효과가 없다고 진단한 현금살포성 재정 중독사업”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국가가 전 국민에게 10% 할인권을 주는 돈 살포 의미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정건정성 악화로 예산 지원 대폭 축소 기재부는 지난 3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하면서 지역화폐 사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연간 6조원의 지역화폐 발행을 전제로 관련 예산 2403억원을 배정했으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30조원으로 커지자 당초 정부가 제출한 안보다 2.5배 늘어난 6053억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발행되는 지역화폐는 총 30조원 규모로 이 가운데 약 10%를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소비 진작 차원에서 지역화폐에 대한 지원 규모를 한시적으로 늘려왔으나 재정건정성 악화 이유로 내년부터는 지역화폐 예산 지원을 대폭 축소할 예정이다.

지난해 최대 8%였던 정부의 지역화폐 국비 지원 비율이 올해 4%로 축소되면서 시·군 예산 부담이 점차 커진데다 지역화폐 사용자와 사용금액이 빠른 속도로 늘어 발행 한도가 조기에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여러 지자체가 지역화폐 혜택 제공을 축소·중단하면서 자영업자를 비롯한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주시·광주시는 지역화폐의 캐시백 혜택을 잠정 중단했고, 인천시·대전시·강원도 등은 충전 한도와 캐시백 비율을 축소했다.

◆지역화폐 효용성 두고 기관마다 입장 차이

한편 지역화폐 효용성을 두고 기관마다 다른 평가를 내놓아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2020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자체가 정부 보조금을 받아 발행하는 지역화폐의 경제 활성화 효과가 없고 오히려 손실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보고서에서 “지자체의 과도한 할인율 경쟁, 포인트ㆍ캐시백 제공 등은 장기적으로 지자체의 재정부담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기연구원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재난기본소득의 효과를 입증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지역화폐 사용을 통해 실질적인 매출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보였다고 주장했다.

◆지역화폐 예산 감축안 국회 제출 예정

기획재정부는 9월2일 국회 제출을 목표로 내년도 본예산안에 지역화폐 예산 감축안을 반영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대폭 삭감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더라도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을 설득해야하기 때문에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