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왜 사람들이 시위하고 있나요", "거 참.. 날카로운 질문이네요"
2일 오후 4시 대검찰청 4층 대강당에는 '시골'에서 초대된 초등학생들이 무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상명 검찰총장과 진지하게 대화하느라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났다.
정 총장은 순수하면서도 말 속에 '뼈'가 있는 어린이들의 질문에 때로는 놀라기도 했지만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차분한 어조로 대답해줬다.
정 총장은 대검 청사 주변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이유를 묻는 경기도 가평 조종 초등학교 이장호(13) 군에게 "실은 저도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마도 우리 검찰이 하는 일이 잘못됐다는 걸 온 몸으로 호소하시는 분들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호소도 절차를 밟아서 해야 하지 막무가내로 하면 안된다. 그래도 검찰은 억울한 시민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고사리손들의 '심도있는' 질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기 화성의 해운초등학교 박진원(12) 군은 "경찰서와 검찰청이 왜 다른 것이냐"고 물었다.
정 총장은 "경찰서는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처음 수사를 하는 곳이고 검찰이 이를 지휘해 준 다음 최종적으로 죄가 있는지를 결정해 주는 곳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처럼 수사에도 단계가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초등학생들은 "아버지가 보험을 잘못 들어서 교통사고를 당했는데도 처벌받았는데 왜 그런 것이냐", "운전 중에 갑자기 뛰어든 사람은 처벌을 안 받고 왜 운전자만 처벌받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정 총장은 "교통수단이 발달하다 보니 어린 학생들이 교통사고 법적용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일선 검찰에 관련 법지식을 많이 홍보하도록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 총장은 "면소재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저는 요즘도 힘든 결정을 할 때마다 어릴 적 마음으로 돌아간다"며 "여러분들처럼 사심없고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뭐가 원칙이고 국가를 위하는 일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검찰과 자매결연을 한 충북 괴산군과 경기 양평·화성·가평 소재 초등학교에서 온 학생들과 학부모 등 200여명은 검찰의 초대로 대검 및 서울중앙지검·대법원 청사를 견학했다.
'시골' 어린이들에게 사법기관 체험 기회를 제공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된 이날 행사에서 학생들은 점심식사를 하고 거짓말탐지기 등 과학수사장비 체험, 검사 법복을 입고 사진찍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린이들은 대법원에서 법정과 법원사 전시실 등을 견학하고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 조사실과 검사실을 직접 둘러보기도 했으며 정 총장과 대화 후에는 형사사건을 다룬 애니메이션 '빨간모자의 진실'을 관람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경기 양평의 일신분교 이우용 교사는 "검찰청이 무서운 곳이 아니라 우리를 가까이에서 도와주는 곳이라는 점을 아이들이 깨닫게 된 것 같다. 다만 법적 지식이 기본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견학 코스가 마련됐으면 더욱 좋겠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