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바이든과 원유 증산 논의 없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중동 순방 일정이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살 빈 파르한 외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원유 증산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GCC+3(걸프협력회의+이집트·이라크·요르단) 정상회의에 참석해 "세계가 더 경쟁적이 되고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 더 복잡해지면서 중동이 미국의 국익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는 것이 더 분명해졌다"면서 "미국은 중동 지역을 떠나 그 공간을 중국, 러시아, 이란이 채우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의 영향력 제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날 GCC+3 정상회의에는 GCC 회원국(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과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등 3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사우디에서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대신 무함마드 왕세자가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준수하는 국가들과 협력 강화 ▲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 지역에서 항해의 자유 보호 ▲ 중동 지역에서의 긴장 완화 추구 ▲ 중동 지역 국가와 정치, 경제, 사회적 협력 추구 ▲ 인권 보호 추구 등 중동 정책의 5대 원칙을 직접 소개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을 두고 .고유가 대응을 위한 석유 증산, 아랍 국가에서의 중·러 영향력 저지 등 정작 중요한 목표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정상회담에서 원유 생산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르한 외무장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시장 상황을 평가해 적절한 생산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사우디의 일일 최대 원유 생산 능력을 1300만 배럴"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 위기에 대해 "국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충분한 공급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데 우리는 동의했다"고 말했지만,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는 "이미 최대 생산 능력치인 하루 1300만 배럴까지 증산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를 넘어서는 추가 생산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온도 차 있는 반응을 보였다.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지목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회담을 두고 경제적 대가를 얻기 위한 '인권 정책의 후퇴'라는 비판을 받아 온 바이든 대통령의 첫 순방 일정이 성과없이 마무리되면서 정치적인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순방은 치솟는 유가를 낮추기 위해 거대 산유국인 중동 국가와 관계를 재설정하고, 중국과 러시아, 이란의 역내 영향력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순방할 가치가 있었는지 의구심만 남긴 채 중동을 떠났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