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총선 못이기면 내 소명도 끝"... 배수진 치며 당대표 출마
李 "민주당만 빼고 모든 것 바꿀 것... 공천 학살은 없다"
설훈·강병원·조응천 "당, 李 정치적 야망 도구로 전락"... 당 분열 우려
李의 '대장동·성남FC 후원금·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사법리스크 존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17일 예고한 바대로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소통관을 떠나고 있는 이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 의원은 이날 출마 선언식에서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임무에 실패한다면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날 것"이라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현재 8·28 전당대회에 당대표 출사표를 던진 후보 8명 중 초선은 이 의원뿐이다.
민주당은 18일까지 후보 등록을 받은 결과 이 의원 출마에 반대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던 관록의 설훈(5선) 의원을 비롯해 강훈식·강병원·김민식·박용진·박주민 의원(가나다순·이상 재선)과 청년연석회의 공동의장인 이동학 전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 의원은 현재 검·경의 전방위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자신에 대한 수사에 대해 "3년 6개월간 수사해서 무혐의로 처리된 것을 또 수사한다고 '압수수색 쇼'를 한다"고 강력 반발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의원이 만일 당대표가 되더라도 검·경의 수사가 계속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3·9 대선, 6·1 보궐선거를 치르느라 열심히 달린 이재명 의원에게 그동안 저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당을 위하여, 그리고 본인을 위해서도 '그만 되었으니 좀 쉬어라'고 여러 차례 의견을 냈지만 결국 외면으로 귀결됐다"며 경선에서 강훈식 의원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이 여러 건의 수사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솔직히 강제수사와 기소 여부는 검·경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게 현실이며 의도한 대로 대표가 된다한들 당대표가 수사대상이 되면 당이 민생에 전념하는 것 자체가 사치로 치부될 거라는 우려에서다.
그는 그러면서 "이 의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대표직이 '인계철선'이 되어 당 전체가 전면적 대여투쟁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의원이 민주당 대표가 될 경우 윤석열 정권과의 극한 대립도 예상된다.
이 의원은 "많은 분이 저의 정치적 미래를 우려하며 당 대표 도전을 말렸다. 저 역시 개인 정치사로 보면 위험한 선택임을 잘 안다"며 "사즉생(死卽生)의 정신으로 민심에 온 몸을 던지고, 국민의 집단지성에 제 정치적 미래를 모두 맡기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지만, 우리 민주당은 이 분노와 실망을 희망과 열정으로 바꿔 담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이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민주당'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민주당의 대대적 혁신을 예고했다.
이대로라면 2024년 총선의 승리도, 민주개혁 진영의 재집권도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이 고강도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 셈이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CBS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가 당을 분열시킬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는 설 의원[사진=연합뉴스]
설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내)분열이 심화할 것인데 총선을 어떻게 치르겠느냐. 총선에 실패하면 대통령 선거도 실패할 것"이라며, "당이 위기이기 때문에 자기가 정리하겠다는 입장인데 상당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경선에 나선 강병원 의원은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이 의원이 'DJ를 닮고 싶다'고 한 데 대해 "과연 이재명 의원이 당내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과 맞는 모습인지 모르겠다"며 "DJ는 대선 패배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해외로 나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본인의 정치적 역량들을 더 키우시고 준비된 정책들을 가지고 와서 다시 국민 앞에 섰을 때 우리 국민들이 DJ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주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민주당이 이재명 의원의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오히려 전락한 거 아닌가라는 우려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 묘소에 참배한 뒤, 방명록에 '상인적 현실감각과 서생적 문제의식으로 강하고 유능한 민주당을 만들겠습니다' 라고 썼다. 김 전 대통령이 평소 언급한 부분을 인용하면서다.
이 의원은 "이 표현을 제가 참 좋아하는데 정치에 이상도 많지만 그것이 현실에 기반하지 않으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이상과 가치를 잃지 않되 현실에 든든하게 뿌리내려서 실행을 가능하게 만들어가는 것, 희망과 비전 만들어가는 것이 정치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반대해온 이원욱 의원 역시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책임 회피를 하지 않기 위해 당 대표에 출마한다고 하는데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당권을 잡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만일 이 고문과 다른 후보의 일대일 구도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 '어쩌면 이재명'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이 의원이 출마 선언에서 언급한 '계파공천·사천·공천 학살 이란 단어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 부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설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공천 학살'은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당 대표에 출마하는 사람이 '계파공천'하겠다고 하겠느냐"며 "개딸 등이 주장하는 것을 보면 그것은 학살 수준이 아니고 뭐든지 하겠다는 입장이다. 수박들 다 박살내야 한다는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도 "강성팬덤과의 관계 설정도 문제다"라면서 "언젠가 개딸들에게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행태'라고 치켜세운 게 두고두고 맘에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5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강성팬덤의 폭력적 집단행동에 당이 휘청거리고 당의 결정이 번복될까 두렵다"며 "강성팬덤의 최대 수혜자로 여겨지는 분이 대표가 되겠다니 하는 말"이라고 힐난했다.
앞서 이 의원은 자신의 당대표 도전이 차기총선 공천권 장악을 위한 게 아니냐는 비명(非이재명)계의 의심을 의식한 듯 "계파정치로 성장하지 않은 저 이재명은 계파정치를 배격하고 '통합정치'를 하겠다"면서 "선거마다 유령처럼 떠도는 '계파공천', '사천', '공천 학살'이란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공천 학살설'을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공천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공천권) 그걸 누가 (포기)합니까"라고 반박한 뒤, "당에 훌륭한 공천 시스템이 있으니 이것을 확대·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힘줘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예고한 바대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민주당의 고강도 혁신을 통해 2024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탈환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당내 당권주자들은 일제히 발끈했다.［사진=연합뉴스］
'대장동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의원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사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대표가 될 경우 당 전체가 위험에 빠져 자기 총선과 대선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인 셈이다.
오는 8·28 민주당 전당대회의 열기가 올 여름 폭염과 함께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한편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는 총 17명(원내 10명·원외 7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원내에선 장경태·박찬대·고영인·이수진(동작을)·서영교·고민정·정청래·송갑석·윤영찬·양이원영 의원 등 10명이, 원외에서는 박영훈 전 민주당 대학생위원장, 권지웅 전 민주당 비대위원, 이경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민주당 권리당원 안상경 씨, 이현주 전 보좌관, 조광휘 전 부대변인,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가 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예비경선'을 거쳐 8명의 당대표 후보 중 본선에 오를 3명, 그리고 최고위원 후보 중에서는 8명을 거를 예정이다.
당대표 예비경선은 중앙위원 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 최고위원 예비경선은 중앙위원 투표 100%의 비율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