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달 30일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퇴임기자 간담회를 통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절대 변하지 않고 변할 수 없다"고 말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일 정책홍보토론회에서 "지금 부동산 정책을 바꾸면 무슨 대안이 있겠느냐"고 밝힌 것이 국민들 귓가에 여운으로 남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정책기조와도 사뭇 다른 내용이다.
지금 국민들은 '버블 세븐'이니 '부동산 가격이 꼭지점에 이르렀다'느니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다'는 등의 불과 얼마 전 정부의 약조를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태.
정부의 정책을 철석같이 믿은 일부 국민들은 세금을 염려해 보유부동산을 시장에 내놓고 있고, 이것이 최근 부동산 시장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말이 바뀌고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또 다시 혼선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다. 집권당의 말을 믿고 집을 계속 보유하며 관망의 스탠스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정부 말만 믿고 부동산을 시장에 내놔야 할 것인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물론 집권 여당으로서 믿지 못할 선거참패의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민의에 따른 정책수정을 하겠다는 뜻은 십분 이해한다. 또 국민의 표를 먹고사는 정당의 특성상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부동산정책은 정책입안 과정에서 수많은 반대논리를 누르고 일궈낸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이다. 대표적인 정책이 흔들리는 바에야 나머지 정책도 믿을 수 없음은 불문가지다.
민심이 집권여당을 등진 것이 비단 부동산정책 때문일까. 앞으로는 변하지 않을 정책을 낼 것처럼 소모적인 논쟁으로 실컷 큰 소리만 쳤다가,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을 뒤바꾸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환멸을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참여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왜 펴게 됐는지를 다시 생각하고, 진실로 정책을 바꾸기 위해선 최소한 내부적인 의사통일이라도 거치고 외부에 발표하는 지혜를 왜 갖지 못하는지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