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천지인'의 특허권을 둘러싼 조관현 씨와 삼성전자의 소송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으로 급변했다.
특허심판원 제11부(심판장 박종효 심판관)은 지난 2일 조관현 씨가 삼성전자의 천지인 방식 특허는 무효라며 낸 등록무효심판청소송에서 "특허법 제42조 4항에 의거, 삼성전자는 특허를 출원하면서 특허 내용을 상세 설명하지 않은 기재불비 조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발명은 전부 무효"라고 판결했다.
심판원은 심결문에서 "삼성전자가 낸 한글입력방식에 대한 특허명세서에 특허 청구의 범위에서 보호받고자 하는 사항을 기재하며 상세한 설명의 뒷받침이 없다"며 "등록당시 특허법 제42조 4항을 위반했으므로 삼성 측의 발명 전부를 무효로 한다"고 설명했다.
특허법 제42조 4항은 특허 청구시 상세한 설명을 기재토록 해 출원한 발명과 실제 획득한 발명의 권리가 동일함을 증명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삼성전자의 기재된 특허 내용과 실제 획득한 권리 상에 차이가 있어 이로 인해 발명 자체가 무효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무효심결에 대해 무효심결취소소송을 제기했다"며 "현재 소송중인 사안이므로 삼성전자 특허가 무효가 되거나 등록취소되는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국제특허법률 사무소의 변리사는 "기재불비에 의한 특허 무효의 경우 특허 청구범위는 넓게 하고 기술의 공개는 적게 했기 때문"이라며 "통상적인 판례를 놓고 볼 때 삼성전자가 천지인 특허권리를 다시 획득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 놓았다.
삼성전자가 특허법원에 제기한 무효심결취소소송이 받아들여지지 않다고 해도 조씨가 민사소송에 이기는 것은 아니다. 조씨가 당초 제기한대로 삼성전자가 자신의 특허를 도용했다는 문제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조씨의 독자적인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면 민사소송에서 삼성전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하지만 특허 자체가 취소될 경우 삼성전자는 특허출원 당시부터 '천지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되고, 향후에도 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사건의 당사자인 조관현씨는 "삼성전자의 특허가 무효화된 반면 내 개인 특허는 출원당시 그대로 인정받았다"며 "삼성전자의 특허권에 관계없이 삼성전자가 개인의 특허권을 도용한 것은 확실하다"고 밝혀 '천지인 분쟁'에 얽힌 손해배상청구소송의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됐다. <아이뉴스 24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