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AK리테일·KSS해운 헌법소원 청구
재심 청구해도 법원 안받아들이면 '도돌이표'
한정위헌 효력 놓고, 헌재-대법원 간 해묵은 갈등 재현될 듯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공개변론 (사진 = 연합뉴스)
헌재는 21일 GS칼텍스와 AK리테일, KSS해운이 대법원의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 결정했다.
이 사건은 옛 조세감면규제법에 의해 도합 800억원대의 세금을 물게 된 GS칼텍스 등이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헌재에 낸 헌법소원 사건이다.
헌재는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재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이라며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GS칼텍스는 앞서 2004년 세무당국으로부터 707억원의 법인세 부과 처분을 받았는데, '상장기간 내 상장을 하지 않았거나 자산재평가를 취소한 경우 법인세를 다시 계산해 부과하도록 규정'한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에 근거한 과세였다.
그러나 GS칼텍스는 한편으로는 법인세 부과취소소송을 내고, 다른 한편으로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법인세 부과취소소송은 파기환송심을 거쳐 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고,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재는 "법률이 전부 개정된 경우 기존 법률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종전 본칙은 물론 부칙 규정도 경과규정을 두거나 계속 적용한다는 등의 규정을 두지 않는 이상 전부개정법률의 시행으로 인해 실효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GS칼텍스는 위 헌재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2013년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심판을 다시 청구했다.
또 AK리테일과 KSS해운도 GS칼텍스와 같은 과정을 거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였다.
헌재는 지난달 제주대 남모 교수 등이 법원의 재심기각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사건을 제기하자,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1997년 이후 두 번째 재판취소 결정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이 효력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받아들일 경우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헌재가 다시 판단하는 4심제가 된다는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헌재의 재판취소 결정 이후 입장문을 통해 "헌법상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법원 외부의 기관이 그 재판의 당부를 다시 심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헌재의 결정 역시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사건이 종결되지 않고 헌재와 대법원 사이에서 재판이 무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헌재와 대법원의 해묵은 갈등이 입법론적으로 해결되거나, 법원이 헌재 결정을 수용하는 형태로 해소되지 않는 한 중간에서 납세자만 피해를 입게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