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외환보유고 감소로 사치품 수입 금지 조치
세계은행, '취약계층 빈곤층으로 전락 위기'
◆…기념품 가게 주인들이 골목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물가상승률이 6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네팔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울트라 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1%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팔중앙은행은 이날 기준 정책 금리를 7%에서 8.5%로 올렸다. 네팔은 지난 2월에도 금리를 5%에서 7%로 2%포인트 올린 바 있다.
네팔중앙은행에 따르면 6월 중순 기준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8.56% 올라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자 소비재 가격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하 프라사드 아디카리 네팔중앙은행 총재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시기의 통화 팽창 영향이 서서히 발생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외환보유고 감소 상황도 금리 인상 조치에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관광 산업과 해외 노동자의 자국 송금 의존도가 높은 네팔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자 외화 확보가 힘들어지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물가마저 치솟으며 어려움이 가중됐다.
특히 휘발유와 경유의 리터당 가격은 지난달 말 12%, 16%씩 인상됐다. 네팔석유공사는 올 초에도 3개월 동안 휘발유와 경유의 소매 가격을 각각 15%와 17%씩 올린 상태였다.
외환보유고는 최근 90억달러(약 11조8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외환보유고 감소 및 루피화 가치 하락에 대응하고자 네팔 정부는 지난 4월 사치품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와 병원에서 필요한 기자재들이 사치품으로 분류되면서 거센 항의를 받자 결국 네팔 정부는 사치품 금수 조치를 철회했다.
물가가 고공행진으로 치솟으면서 고질적인 빈곤 문제가 다시 악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코로나19가 노동시장에 미친 파급력이 큰 데다 물가상승이라는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취약계층은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네팔 경제는 스리랑카나 파키스탄처럼 급격하게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되면서 네팔 관광 사업도 되살아나는 데다 해외 체류 노동자들도 자국 송금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