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 사외이사 28.14% 달해
대기업 사외이사의 상당수가 경영진이나 지배주주, 경영진과 학연 등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 독립성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효성과 한국타이어의 경우 사외이사 대부분이 지배주주와 고교·대학동창으로 선임돼 있어 이사회가 동문회를 방불케 할 정도이다.
12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발행한 계간 '기업지배구조연구'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선정된 59개 기업집단의 206개 상장회사의 사내이사는 총 812명이며, 사외이사는 616명으로 총 이사수는 1428명이다.
이들 대기업의 사외이사 중 회사·지배주주·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가 231명으로 37.50%에 달한다. 이 때 이해관계란 사외이사와 지배주주 혹은 경영진이 ▲과거 같은 회사 및 같은 계열사에 근무했거나 ▲밀접한 학연관계가 존재한 경우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 임원 또는 지배주주의 소송대리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등을 말한다.
특히 이해관계로 인해 독립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외이사 수는 두산이 1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삼성 16명, 엘지 15명, 롯데·현대차 13명, 한화·한진 9명 등의 순이었다. 전체 사외이사 중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 비율로는 효성과 한국타이어가 100%로 가장 높았고, 하이트맥주 75%, 롯데 72.22%, 대성 70.00%, 한화 69.23%, 한진중공업 66.67% 등이 뒤를 이었다.
효성의 경우 6명 중 5명이 지배주주의 고교동창·동문후배이며, 나머지 1명도 전직 계열사 임원이다. 사내이사 5명도 사외이사들과 고교 동문 또는 대학동문 사이이다.
한국타이어의 사외이사 3명은 모두 지배주주의 고교·대학 동창이며, 한국타이어의 자회사인 아트라비엑스 사외이사 2명도 모두 효성그룹 임원으로서 같은 대학 출신이다.
이해관계 분류별로는 동기동창·가까운 선후배 등 한국 사외 통념상 밀접한 학연으로 얽혀 있는 사외이사가 108명으로 문제가 된 사외이사 231명 중 46.80%를 차지했으며, 전직 회사 또는 계열사 임직원 관계에 있는 사외이사가 71명으로 30.75%에 달했다.
사외이사 출신별로는 기업경영자가 33.11%로 가장많았으며, 판·검사를 포함한 관료 출신이 28.41%, 교수 및 연구직이 27.11%를 차지했다.
법조계 출신을 가장 많이 선임한 그룹은 두산·현대자동차·SK그룹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계열사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지만 현재 이들 그룹은 지배주주들이 민·형사상 소송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소의 주장이다.
대성그룹 계열사 중 대구도시가스는 지배주주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매우 특별한 경우'로 분류됐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대기업 집단 소속 상장회사에서 사외이사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사외이사 자격요건이 관련 법령에 형식적으로 규정돼 있는 등 사외이사 제도 결함으로 인해 로비스트, 거수기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이에 따라 "전직 회사·계열사 임원의 사외이사 금지 기간을 퇴직 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사외이사 임기를 9년으로 제한하는 등 사외이사 선임요건을 명확하게 하고 사외이사와 지배주주·경영진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공시하게 하는 등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