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두긴 <사진 로이터>
2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 9시30분께 두긴 딸 다리야 두기나가 몰던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모스크바 지역 모자이스코예 고속도로에서 폭발해 두기나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두긴 일가와 가까운 안드레이 크라스노프 루스키 고리존트 사회운동 책임자는 두기나가 차량 폭발로 일어난 불길에 휩싸여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크라스노프는 타스와의 인터뷰에서 "참변을 당한 차량이 두긴이 평소 몰던 것이고, 두기나는 다른 승용차를 운전했다"며 "오늘은 두기나가 아버지 차를 끌고 나왔고 두긴은 따로 갔기 때문에 이번 테러의 표적은 두긴이거나 그들 부녀 모두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 러시아 매체는 두긴이 딸과 함께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함께 차를 타고 돌아올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두긴은 마지막 순간 다른 차에 타고는 두기나 차량 뒤를 따라가다 딸의 사고를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경찰 당국은 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러시아 외무부 관리는 "이번 폭발의 배후에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있다"고 암시하며 "차량 폭발 테러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확보되면 키이우 정권의 테러 정책에 대한 범죄를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는 이번 자동차 폭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미하일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같은 테러 범죄 국가가 아니다"며 "테러리스트 국가인 러시아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극우파 학자인 두긴이 그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도록 '영적인 유도(spiritual guide)'를 했거나 침략의 실제 설계자라고 지적했다. 포린 어페어스 잡지에서는 그를 '푸틴의 두뇌(Putin's Brain)'로 묘사하기도 했다.
1992년 태어난 두기나는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철학과를 전공하다가 비극을 맞이했다. 두기나는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기구)에 가입하면 소멸할 것이라는 논문을 실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