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 국회서 시작부터 난항.. "여당 협치 의지 보여야"

조세소위위원장 선정 문제로 여야 파행 거듭

국민의힘, 소위원회 패스.. 24일 전체회의서 심사

여소야대.. 야당 협조 없이는 개정안 통과 불가능

전문가들 "세법개정 통과 위해선 여당 협치 의지 필수"

올해에 한해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공제금액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는 정부안이 국회에서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세법을 먼저 심사하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의 위원장을 누가 맡을지를 놓고 여야 간의 파행이 계속됐기 때문인데, 아예 소위원회를 열지 않고 전체회의에서 바로 관련 법안을 심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선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되면 이번 종부세법뿐 아니라 올해 발표된 정부 세법개정안 대부분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정부는 올해에 한해 1세대 1주택자에 종부세 특별공제 3억원을 도입해 공제 금액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고, 고령의 1세대 1주택자는 주택을 처분하는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를 연기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1세대 1주택자가 저가의 상속주택이나 지방주택을 추가로 보유하게 된 경우, 이사 등의 목적으로 일시적 2주택이 된 경우에는 올해 종부세 부과 때부터 1주택자 혜택을 주는 방안도 개정안에 담겼다.

종부세 특례 신청 기간은 내달 16일∼30일. 국세청은 신청 기간에 앞서 내달 초 특례 적용 대상자에게 안내문을 발송해야 하는데, 국회에서 법안 처리는커녕 소위원회 구성도 못하면서 대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국세청은 준비 기간을 감안해 종부세 특례의 법 통과 '데드라인'을 이달 20일로 제시한 바 있다.

종부세 특례 신청 기간을 넘겨 법이 통과된다면 종부세 신고·납부 기간인 12월 1일∼15일 납세자가 직접 고지 내용을 수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례에 대한 사항을 안내받지 못하면 스스로 종부세를 수정 신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광효 세제실장 전날 기자들과 만나 "종부세 특례는 9월 6일에 안내문을 발송하고 16~30일 신청을 받아 국세청이 11월까지 검사한 뒤 12월에 고지하는데 늦어질수록 고지 안내를 하지 못하게 된다"며 "안내를 받지 못한 분들은 12월에 스스로 종부세 신고를 해야 하는데 재산세까지 계산해야 하니 신고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오는 24일 조세소위원회 대신 전체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심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국민의힘 소속 박대출 기재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야 간사 간에 조세소위를 비롯한 소위 구성에 대한 합의가 안 되고 있기 때문에 24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열어서 바로 법안 심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민주당이 거부하면 안 되겠지만 국민이 지금 애타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30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하는 만큼 이번주 중에 종부세법과 조특법을 심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여야는 일시적 2주택자와 상속에 의한 2주택자 등에 대해 1주택자 혜택을 적용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에는 공감대를 이뤘으나, 올해에 한해 1세대 1주택자 공제 금액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는 조특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구상대로 조세소위를 패스하고 전체회의를 통해 세법을 심사해도 결국 야당의 협조가 없이는 국회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일각에선 여당의 협치 의지가 없다면 올해 정부 세법개정안 대부분에서 파열음이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여당의 협치 의지가 필수라는 것.

한 세법 관련 전문가는 "여당이 과거의 사례를 들며 소위원장 선정에서부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올해 세법개정안 통과 과정 전체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세법개정안을 만들어도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는 다면 무슨 소용인가. 야당 의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여당이 정부 세법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기싸움이 아닌 설득과 협치가 필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