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성큼성큼 발전하는 만큼 '밤의 경제'규모도 덩달아 성장가도를 내달렸다. 당시 미국의 밤의 경제를 지배했던 사람이 얼굴에 난 흉터로 인해 '스카페이스'란 별칭을 얻은 갱두목 알 카포네였다.
대한민국식으로 따지면 조직폭력배 두목쯤이었던 알 카포네는 1920년 금주법이 발효되자 주활동무대를 뉴욕에서 시카고로 옮겨 밀주와 밀수, 매춘과 도박 등 온갖 불법 수단으로 소위 '떼돈'을 벌어들였다.
밤의 제왕으로 한층 주가를 올리던 1927년 한 해 동안 알 카포네가 벌어들인 돈은 1억 달러. 이 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그는 세계 최고의 시민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투철한 범죄정신에 경영수완까지 갖춘 알 카포네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진정한 밤의 황제로 군림하며 지역의 이권을 둘러싼 갱단간 '전쟁'을 통해(성 발렌타인 데이 대학살 등) 수십 명을 살해, 전세계에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그러나 알 카포네가 날뛸 수록 정부당국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알 카포네를 잡고 싶었지만 알 카포네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치인들의 영향으로 검찰기소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었기 때문.
솜털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았던 알 카포네를 잡아들이는데 동원된 최후의 수단은 '세금'이었다. 그리고 그 길로 알 카포네는 내리막으로 접어들었다.
매춘, 도박 등 불법만 골라가며 막대한 수익을 낸 알 카포네가 세금을 제대로 낼 턱이 없었다. 미국 재무성의 세무정보팀은 그가 도박, 밀주, 공갈협박 등으로 벌어들인 돈을 신고하지 않는 점에 착안, 알카포네의 밀주거래 비밀장부를 압수해 그를 검찰기소했다.
저항은 대단했다. 조사 과정에 동원됐던 세무조사원들이 갱들에 의해 살해되는 등 수난을 겪은 끝에 알 카포네를 법정에 출두시킬 수 있었다.
알 카포네는 법정에서 소득세법 위반혐의와 함께 그동안의 어두운 행적을 심판 받아 연방교도소에서 10년의 감옥형, 쿡 카운티 교도소에서 1년의 형기와 함께 5만 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밤의 황제의 결코 아름답지 못한 권세는 투옥과 함께 완전 '종'을 쳤고 1939년 교도소를 나올 당시 이미 폐인이나 다름 없었던 알 카포네는 1947년 매독과 폐렴합병증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알 카포네의 부귀영화도 결국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에 지나지 않았다. '탈세로 흥한 자 탈세로 망한다', 전세계에 악명을 떨친 알 카포네가 과연 자신이 이 말의 의미를 몸소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될 줄 꿈이나 꿨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