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지출 639조원…올해 대비 5.2% 늘어
중앙정부 가용재원만 보면 증가율 1.5% 수준
"건전재정으로 전환…지출 구조조정 역대 최대"
병 봉급 인상…국정과제 쓸 돈 11조원도 반영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 예산안'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정부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기획재정부)
윤석열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에 비해 5.2% 늘려 639조원을 펀성하기로 했다. 올해 본예산이 아닌 추가경정예산(2회)과 비교하면 되레 6% 감소한 규모다. 새 정부에서 처음 편성하는 예산안으로, 그간 확장적으로 운용했던 재정정책에 제동을 건 것이다. 코로나19라는 대형악재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지출로 나랏빚(국가채무)이 빠르게 늘어난 부분이 재정 기조를 바꾸는데 한 몫한다. 특히 강력한 ‘지출 다이어트’가 이루어진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에 따른 '역대 최대' 규모인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마련한 돈은 국정 과제나 사회적 약자 등을 지원하는데 쓰인다.
정부는 30일 '따뜻한 나라, 역동적 경제, 건전한 재정'이라는 이름을 붙인 '2023년 예산안'을 국무회의를 거쳐 내달 2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639조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5.2% 늘어난 규모다. 추경안(679조5000억원)에 비해선 6% 줄었다. 5%대 증가율은 지방교부세·교육재정교부금을 포함했을 때다. 지방 몫을 제외하면 중앙정부 가용재원 증가율은 1.5% 수준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총지출 증가율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본예산 평균(8.7%)의 60% 수준에 그친다. 기획재정부는 "건전재정 기조 확립을 위해 총지출 증가율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돈을 덜 풀어야 재정이 지속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단 소리다. 정부에 따르면 건전재정기조로 바뀌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마이너스(-) 2.5%에서 내년 –0.6%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같은 기간 50.0%에서 49.8%로 개선된다.
총수입은 올해(추경) 대비 2.8% 늘어난 625조9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특히 국세는 400조5000억원으로, 주요 세목(稅目)의 수입이 늘며 올해(본예산, 343조3000억원)보다 16.6% 늘어날 것으로 봤다.
정부는 재정준칙(관리재정수지 –3% 이내)을 준수하는 수준으로 중기재정총량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는 "총지출 증가율은 2023년 5.2%에서 경기상황 등을 보아가며 점진적으로 하향, 2026년에는 경상성장률 수준까지 조정할 것"이라며 "관리재정수지는 2023~2026년 마이너스 2%대 중반 수준, 국가채무는 2026년까지 50%대 중반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재정 허리띠 졸라멘다…지출 구조조정 어떻게
특히 역대 최대 규모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민간 역량을 활용하거나 공공부문 효율화라는 방향으로 접근한다고 한다. 예컨대 민간역량 활용을 위해 정부가 직접 주도하던 일자리·창업 지원사업은 민간중심으로 전환하거나, 공공부문 측면에서 재정이 들어가는 행정위원회(246개) 중 성과가 미흡했던 81개 조직을 통폐합하는 식으로 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24조원 수준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통상 10조원 내외 수준으로 지출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것과 비교하면 규모는 상당하다.
또 교육환경 변화(학령인구 감소 등)를 감안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손질한다. 정부는 교육교부금 일부를 활용해서 가칭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벌회계'를 만들어 미래인재를 양성하는데 쓰기로 했다.
새정부 첫 예산에 국정과제 반영…뭐가 담겼나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가 임기 내 추진할 '110대 과제'를 선정한 바 있다. 국정 과제에 투입될 재정은 5년(2023~2027년)간 209조원에 달한다. 내년 예산안은 윤 정부의 첫 예산안인 만큼, 국정 과제를 이행하는데 쓸 돈도 들어가 있다. 약 11조원(2022년 예산 대비 증액분 기준)이다.
주요 과제를 보면, 군 병사 봉급(병장 기준)이 올해 82만원에서 내년 130만원으로 오른다. 또 만 0세 아동 양육 가구에 월 70만원 부모급여를 지급한다. 이 사업에 들어간 돈만 1조3000억원에 이른다. 2027년까지 청년원가주택 30만호, 역세권 첫집 20만호 등 총 50만호를 공급하는데 1조1000억원의 재정도 투입된다. 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 운영소요(2022~2025년간 소상공인 부실채권 최대 30조원 매입·조정을 위한 캠코 출차)를 반영하고, 돌봄·생활 등 지원(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저상버스 확대 등)을 강화하는데 3000억원 예산이 더 투입된다.
12대 핵심과제, 135조 푼다
◆…(자료 기획재정부)
정부는 분야별 재원배분 방향을 보면 ①모두가 함께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고 ②민간 주도 역동적 경제를 뒷받침하며 ③국민안전·글로벌 중추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는데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정부는 12대 핵심과제를 선정, 이러한 사업에 총 135조원에 투입한다.
소득·고용·주거 등 두터운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31조6000억원의 재정이 쓰인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기준중위소득을 5.47%로 인상하고, 생계급여 지급액을 4인 기준 월 154만원에서 162만원으로 올린다. 반지하 등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이 정상 거처로 이주할 수 있도록 이사비 40만원에 더해 보증금(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준다. 장애인, 자립준비청년, 한부모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26조6000억원)은 전년보다 14% 이상 늘렸다.
반도체산업의 초격차 확보를 뒷받침하기 위해 1조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내년 반도체 인력 양성 규모를 기존 1만5000명에서 2만6000명으로 확대하고, 2031년까지 15만명 추가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반도체, 양자, 우주, 첨단바이오 등 핵심 전략기술에 4조5000억원의 재정을 쓴다. 글로벌 공급망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민간의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특별 금융지원을 두 배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기업이 국내 글로벌 공급망 관련 설비투자 때 현금지원 한도를 10%포인트 올린다. 또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격에 걸맞는 역할과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ODA 규모를 3조9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늘린다.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식량위기 등에 따른 긴급구호 등 인도적 지원, 글로벌 보건 기여 등에 중점 투자된다. 이 밖에 AI 등을 활용한 스마트 홍수 예보체계 구축 등 재난관리체계를 고도화하는데 총 5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