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2022~2026년) 재정수입 年 6.6% 늘듯
불안한 나라곳간에…총지출은 연평균 4.6%로
의무지출(7.5%)은 총지출 웃돌며 재원마련 숙제
증세 없이 비과세 정비·역탈방지 등 노력세수로?
윤석열 정부가 재정운용 방식을 확장에서 '긴축·건전'으로 바꾼다. 코로나19발(發) 돈 풀기로 나라 빚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1000조원(2022년 2차 추경)을 넘어선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를 시작으로 임기 말까지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쓴 돈(재량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복지에 쓸 지출(의무지출)은 매년 늘어난 구조다. 이러한 재원은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거나 조세회피를 관리하는 식으로 조달하겠다는 밝혔는데, 과거 정부에서도 강조했던 부분이라 특별한 재원 마련책으로 보긴 어렵다. 이 때문에 재원 마련을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부의 재정운용계획상엔 직접적인 증세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재정지출은 이 기간 동안 연평균 4.6% 늘어난다. 총지출 증가율은 2023년은 5.2%, 2024년 4.8%, 2025년 4.4%, 2026년 4.2%로 매년 줄어드는 모양새다. 기재부는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급격히 확대된 국가채무 등을 고려해, 재정준칙 도입 등 재정 건전성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코로나 백신 도입이라든지 소상공인 융자 등 재량지출의 비중은 올해 51.5%에서 내년 46.5%로 축소된 뒤 2026년엔 44.4%까지 떨어진다.
의무지출 증가율은 총지출을 웃돈다. 고령화·저출산 등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거나 복지에 쓸 돈이기에 줄이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 의무지출 비중은 올해 48.5%에서 내년 53.5%로 오른다. 이러한 기조는 2026년까지 지속되면서 연평균 증가율은 7.5%로 전망되고 있다. 쓸 돈 보다 걷히는 돈이 적다는 부분도 문제다. 5년간 재정수입 증가율은 6.6%다. 내년 재정수입(국세·세외·기금수입)은 625조9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지출보다 적다. 게다가 향후 세입 여건이 좋지 못할 수 있다. 기재부는 국내경제에 대해 "내년 이후 해외 발 물가 상승압력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재정이 지속 가능하느냐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부는 지출 증가 속도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그간 브레이크 없는 재정지출 확대로 나라 빚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068조8000억원(2차 추경 기준)인 국가채무는 내년 1134조8000억원, 2024년엔 1200조원(1201조2000억원)을 넘어선다. 2024년이 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처음으로 50%대(50.6%)로 진입하게 된다. 국가채무비율은 2025년에 52.5%까지 오르는데, 이 비율은 지난 정부에서 작성한 '2021~2025년 계획’'에 비해 7.4%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기재부는 "2026년까지 50%대 중반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GDP 대비 110조8000억원(-5.1%)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내년에 마이너스 2.6%(58조2000억원)로 적자 폭이 줄어든다. 정부는 2023~2026년 기간 동안 마이너스 2%대 중반으로 적자 폭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재정혁신, 지출 다이어트로…재원조달은 도돌이표
정부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이 마이너스 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게 정부안이다.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겼을 땐 수지 한도를 마이너스 2%로 줄이도록 했다. 특히 내년엔 '역대 최대' 지출 다이어트를 단행한다. 일자리·정책금융 등 정부 중심 재정사업은 민간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으로 구조를 바꾼다. 공공부문에서도 성과가 미흡했던 조직을 통폐합시킨다. 정부는 이런 지출 구조조정으로 24조원 수준의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코로나로 한시 확대된 소상공인 손실보상, 백신 도입 비용도 과감하게 축소하거나 아예 없앤다. 협회·기관 등에 지원되는 경상적 보조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관행적인 민간보조금도 정비에 나선다.
세입기반을 늘리는 부분도 강조하고 있다. 정책목적을 달성했거나 정책효과가 미흡한 조세감면제도를 우선적으로 축소·폐지하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건들기 어렵다는 시각이 짙다. 기재부에 따르면 일몰이 도래한 조세특례 정비율은 2020년 21%에서 지난해 22%로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역외탈세를 방지하고, 악의적 체납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인프라를 지속 개선하겠다는 것도 과거 정부에서 강조했던 부분이라 실효성에 물음표가 생긴다.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선 세입기반을 늘리는 증세가 필요한데도, 되레 대규모 감세만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는 정부의 세법개정안도 논란거리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대대적인 감세정책 외에 건전재정을 중요한 목표로 추구할 것임을 밝혔는데, 이 둘은 양립하기 어려운 정책들로 가장 우려스럽다"며 "재정건전성을 위해선 지출을 축소해야 하는데, 복지가 축소될 가능성이 가장 크며 그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증세를 통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성장이나 분배 측면에서 더욱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