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금리 역전에도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 높지 않아”

한국은행이 한미 간 금리 역전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규모 유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2년 9월):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흐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된 기간에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대체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미 연준의 직전 세 차례의 정책금리 인상기 중 한미 간 정책금리가 모두 역전됐고 최대 역전폭이 0.875~1.50%p에 이르렀으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동 기간 중 169~403억 달러 순유입됐다고 부연했다.

한은은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입에는 내외금리차 이외에도 환율 전망,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 투자자의 투자전략 등과 같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상업은행 등의 자금은 내외금리차가 축소되거나 역전되더라도 스왑레이트가 큰 폭으로 하락해 차익거래유인이 확대될 경우 오히려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기업 실적 전망이 양호할 경우 혹은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나라 증권투자를 통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경우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은 유입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외국인 투자자는 투자 성향이 상이한 다양한 주체들로 구성돼 있고 각 주체별로 금리 역전기 또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양상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내외금리차 역전에도 투자전략 차이 등에 따라 차별화된 증권투자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최근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큰 폭으로 순유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채권 수익률은 신용등급에 비해 양호한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투자대상 다변화 목적에서 장기투자 성향을 지닌 공공자금의 투자 비중이 높다는 점, 주식투자자금의 경우 코로나19 위기 과정에서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됐고 금년 상반기에 주가가 이미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는 점을 추가 유출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들었다. 다만 미 연준의 긴축 속도 가속 및 강도 확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확전, 중국 경기부진 심화 등 글로벌 리스크 요인이 가세해 국제 금융시장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된다면 대부분의 신흥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자금유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과거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증권자금의 대규모 유출은 내외금리차 역전보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중국 금융불안(2015년), 코로나19 위기(2020년) 등과 같은 글로벌 리스크 이벤트 발생에 주로 기인했다”며 “국제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에 주목하면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