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총알받이 아냐"…러 동원령 반대시위로 수백명 추가 구금

예비군 부분 동원령이 본격 발동하면서 반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4일(현지시간)에만 시위 참가자 700여명이 추가로 구금됐다.

미국 CNN,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권단체 OVD-인포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보낼 30만 명 규모의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한 이후 반발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러시아는 승인되지 않는 집회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경찰은 '동원령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OVD-인포에 따르면 24일에만 전국에서 32개 지역에서 724명이 경찰에 연행됐으며 앞서 21일에는 38개 지역에서 1300명 이상이 체포됐다.

OVD-인포는 구금된 시위대 절반 이상이 여성이며 최근 일어난 반정부 시위 중 여성 비율이 가장 많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수도 모스크바에서 경찰에 체포된 한 여성 시위자가 "우리는 '총알받이'가 아니다"고 외치는 것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도 언론인 9명, 미성년자도 33명 구금됐다고 OVD-인포는 덧붙였다.

이번 동원령으로 러시아 내 혼란이 가중되면서 친푸틴 인사도 소집서류가 잘못 발송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투데이(RT)의 편집장인 마르가리타 시모니안은 자신의 텔레그램에서 "민간인은 35세까지 모집될 수 있다고 발표됐는데 소집서류는 40대에게도 가고 있다"며 "그들은 고의적인 것처럼, 악의에 찬 것처럼 사람들을 정말로 화나게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의 공식 지지자가 개전 이후 정권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는 이달 21일 동원령을 발표할 당시 소집 기준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는데 군 경험이 없거나 징병 연령을 초과한 남성들이 영장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동원령 반대 분위기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시베리아의 외지고 가난한 지역의 소수 민족에게 집중적으로 동원령이 내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역 편중성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동원령의 효과를 높이고 군기강을 잡기 위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자국 병력이 자발적으로 항복하거나 전투를 거부하면 최대 10년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시민권을 얻기 위해 기존 5년이던 거주 연한을 러시아에서 1년간 군 복무를 하는 모든 외국인에게 부여하는 명령에 서명하면서 병력 확보를 위한 법안도 마련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야간 연설에서 "전범으로 외국에서 죽는 것보다 군대 소집을 거부하는 것이 낫다"면서 러시아인들에게 군대 소집을 거부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같은 혼란 속에서도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군 점령지 4곳에서 러시아 영토 편입 찬반을 묻는 주민 투표가 시작됐다. 전날 오전부터 시작된 투표는 오는 27일까지 닷새간 이어진다.

러시아는 루한스크주와 헤르손주 대부분 지역, 자포리자주 80%, 도네츠크주 60%가량을 점령 중으로, 이들 점령지는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약 15%에 달한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