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 방송화면 캡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달 3일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대통령실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보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KBS는 29일 밤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한국에 도착한 다음날인 4일 새벽 주미 한국대사관이 이 법의 핵심 내용을 대통령실과 정부부처에 보고한 사실이 취재 결과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KBS 보도에 따르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한 건 윤석열 대통령 여름 휴가기간이던 지난달 3일 밤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주미 한국대사관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핵심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본국에 보냈다고 산업부가 국회에 대면보고했다.
수신처는 대통령실과 외교부, 산업부와 기재부 등 관련 부처인 것으로 알려졌다.
'3급 기밀'로 지정한 이 보고서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자동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법안 핵심 내용이 담겼다.
관련 부처들은 이때 처음으로 IRA의 내용을 파악하게 됐지만, 그러나 대응 노력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산업부는 국회 보고에서 한미 FTA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알았다"면서도 "보고서에 국내 업계에 대한 영향은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가 확인된 건 당일 아침이라고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오후 2시 반부터 40분간 펠로시 의장과 통화를 했다. 하지만 통화 내용 발표에는 IRA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과의 통화 후 대통령실 김태효 국가안보1차장은 "외교 이슈, 국방 이슈, 기술협력 이슈, 청년 이슈, 여성 이슈, 그리고 기후변화 등의 이슈에 대해서 꽤 구체적으로 장시간 얘기를 나눴습니다"라고 브리핑한 바 있다. 역시 IRA 관련 언급은 없었다.
이에 대해 조정식 민주당 외교통일위원은 "우리 측 우려를 전달할 수 있었는데 골든타임을 놓쳤다. 대통령실이 과연 이를 제대로 대처했는지 그 과정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주미대사관의 보고서 수신 여부와 대통령 보고 여부 등을 묻는 KBS 질의에 구체적 답을 하지 않았고, 다만 펠로시 의장 방한 당시엔 미 상원에서 법안을 막 논의하기 시작한 단계여서 미국과 구체적 논의를 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고 답했다고 KBS는 전했다.
미국에서 만든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준다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처음 공개된 건 7월27일이며 그 뒤 미국 상, 하원을 연이어 통과하고, 공식 발효까지 20일 정도가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이 미 상원을 통과하기 나흘 전인 8월 3일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방한 것이다. 따라서 이때라도 잘 대처했으면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졌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29일 윤 대통령은 방한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며,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뿐 아니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한국 측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법률 집행 과정에서 한국 측 우려를 해소할 방안이 마련되도록 잘 챙겨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