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과학기술 자립' 촉구…"中 경제와 안보에 필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미국과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기술 종속을 피하기 위한 중국의 '과학기술 자립'을 촉구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당대회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과학기술과 공급망이 여전히 취약하다고 경고한 가운데, '과학기술 자립'이란 표현을 5차례 써가며 기초 과학연구와 전략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SJ은 과학기술 자립이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나왔다며, 양 경제 대국이 한 차례 무역전쟁을 치렀고 최근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를 했다고 전했다.

유라시아그룹의 분석가들은 "과학과 교육에 대한 커진 관심은 시 주석이 경제성장의 둔화에 맞서 서구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큰 힘을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내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한 자국산 첨단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인공지능(AI) 및 슈퍼컴퓨터용 반도체 수출 등을 제한하는 포괄적인 통제 규정을 발표했다.

시 주석은 보고에서 "과학과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 더 많은 학생이 과학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세계 인재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인력풀을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과학기술은 우리의 주요 생산력, 인재는 우리의 주요 자원, 혁신은 우리의 주요 성장동력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WSJ은 중국 지난 시간 동안 외국 과학자들을 초청해 중국인을 가르치고, 중국 학생을 미국에 유학보내는 등 세계 과학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왔다며 2020년 국제특허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9%로 10년 전 16%보다 크게 올랐지만, 미국은 같은 기간 15%에서 10%로 줄었다고 전했다.

과거 미국 오바마 행정부 이후, 중국과 미국은 계속해 갈등을 빚어왔다. 시 주석은 최근 몇 년간 최소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뒤처져 있는 반도체 같은 전략기술 분야에 투자해왔다.

다만 중국의 반도체 현실은 투자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중국은 2010년대 10%대였던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높이기 위해 크게 투자했으나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21년 기준 1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중국 공산당 반부패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지난 7월 중국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이하 반도체 대기금) 총경리를 엄중한 기율위반 혐의로 조사하는 등 정부 투자기금 사업에서 발생한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반도체 분야의 거물들을 잇달아 소환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