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일대 사건이었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전체 탑승자 476명 중 304명이 사망·실종된 대형 참사였다.
당시 그날의 참사를 따라가던 'JTBC 뉴스룸'은 아예 사고가 일어났던 진도 팽목항에서 287일, 목포신항에서 234일, 모두 521일간을 현장 진행으로 세월호 참사에서 스러져간 희생자들을 대신해, 그 허망한 국가 시스템에 실망하고, 실의에 빠진 국민을 대신해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그리고 그 진행을 맡았던 손석희 앵커가 쓴 '장면들'이라는 책에는 세월호 사건을 돌아보면서 2017년 2월 2일의 '앵커브리핑'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이날 앵커브리핑에서 조선시대 선조의 임진왜란 당시의 몽진 내용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당시 선조는 수도와 백성을 버리고 피란길에 올랐다. 배를 가라앉히고 나루를 끊어 강을 건너지 못한 백성이 속출한다. 백성의 마음에서 선조는 이미 왕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담담히 전한다.
이어지는 '앵커브리핑'은 1950년 6월 28일 새벽, 한강 인도교를 폭파하고 떠난 이승만 정권의 부산으로의 도피에 대해 당시의 상황을 전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역사의 데자뷔, 손 앵커는 세월호 구조의 골든타임에 대해 얘기를 이어간다.
잠시 책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다.
"세월호 구조의 골든타임은 9시 30분까지였다"
청와대 참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해경의 보고를 받기도 전에 이미 골든타임은 끝났고,
그렇기에 대통령의 책임은 없다는 것이죠.
난국에 빠진 한국사회를 구해낼,
그야말로 골든타임은 점점 다해가는 지금,
청와대는 그렇게 세월호의 '골든타임'이라는
차마 꺼내놓기 힘든 가슴 아픈 단어를 또다시 입에 올렸습니다.
그래서 역사는 오늘도 우리에게 날선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대관절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장에서 한 생존 화물기사가 간절하게 되뇌었다는
이 한마디를 다시 한번 전해드리는 것으로 마무리를 대신합니다.
"한놈만 미안하다고 해라… 한놈만…"
그날의 앵커브리핑이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후, 현재까지 154명의 사망자와 149명의 부상자를 낸 참혹한 사건 이후 불현듯 생각난 것은 당시 정부의 태도와 현 정부의 대응이 왠지 모르게 닮아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서의 장인 행정안전부 장관도 그를 감독하고 책임을 물어여 할 대통령(실)과 국무총리도,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경찰청장도 모두 책임으로부터 멀어지려고 용을 쓸 뿐, 누구 하나 책임지고 사과하지 않는다.
그리고 관할 구역인 서울시와 용산구 역시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모호한 말로 얼버무리고 만다.
지금까지의 정부의 기본 태도를 보면 '책임져야 할 주최측이 없는 행사이니, 책임질 사람도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희생자들과 희생자들의 가족을 대신해서, 그리고 부상자와 부상자의 가족을 대신해서, 그 현장에서 혼신을 다해 빠져나왔지만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어처구니 없는 소식을 접한 국민들을 대신해서, 그리고 다시 '국가란 무엇인가?'를 묻는 국민들을 대신해서.
제발 "한놈만 미안하다고 해라… 한놈만…"
